[법사위이야기]4년만의 '윤석열 국감'…"우병우에 신세진 것 있느냐"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7.11.07 05:00

[the300]서울중앙지검 국감에 쏟아진 관심…'4년 전 기개' 다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ㆍ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7.10.23/뉴스1 <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은 적폐청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각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었습니다. 그러나 '여고야저(與高野低)'의 흐름 속에 여야가 난타전을 주고받기보다는 신경전으로 흐르는 경향이 더 컸습니다. 또 커다란 '한 방' 없이 다소 밋밋한 분위기로 흘렀습니다.

오히려 이번 국감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피감기관 쪽이었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고등검찰청을 비롯한 산하 지검 국감에서 기관 증인으로 출석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온통 관심이 쏠렸습니다. 4년 전 여주지청장 시절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으로 국감에 출석해 검찰 윗선의 수사무마 외압을 폭로하며 단숨에 '전국구 스타'에 올랐습니다. 정권이 바뀌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금의환향한 그가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할 지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국감위원인 국회의원들의 질의도 윤 지검장에 쏠려 그야말로 '윤석열 국감'을 방불케 했습니다. 윤 지검장은 4년 전과 달리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지만 국회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담담하게, 때로는 거침없는 태도로 답해 '역시 윤석열'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윤석열 국감'의 인상적인 장면들을 뽑아보았습니다.

◇우병우 수사 영장 기각…"이런 수사는 하지 말란 얘기"

윤 지검장은 이날 국감에서 또한번 국감장을 술렁이게 했습니다.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간의 통화 관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나섰으나 법원의 잇단 영장 기각에 결국 무산됐다는 사실을 밝히면서입니다.

윤 지검장의 발언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병우 전 수석에 관한 수사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시작됐습니다. 다음은 윤 지검장과 조응천 의원의 질의응답 내용입니다.

-조응천 : 민감한 시기에 우 전 수석과 검찰 최고위층 간에 16분, 17분, 21분, 또 15분, 22분, 5분 등 이렇게 통화한 것에 대해 왜 이야기를 안하느냐. 안태근 전 국장이나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통상적 이라 하는데 시간 봐라. 조사하는 게 맞죠?

▷윤석열 : 조사하는 게…….

-조응천 :조사하는게 맞죠. 그래서 법무부에 또 물어봤다. 구체적 내역은 사생활 침해라고 했다. 검찰 최고위층이 사생활 침해 염려를 하나. 어제 답변에서는 통상적인 사무 처리 관련 통화를 했다고 왔다. 저것을 믿고 그냥 끝낸다. 왜 검찰 수사 안하고 있느냐? 우 전 수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느냐?

▷윤석열 : 저희가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없지만, 통화 상대방이 우 전 수석과 통화하고 누구하고 통화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통신영장을 청구했는데 두 번 재청구해도 기각됐다.

-조응천 : 법원에서?

▷윤석열 : 네.

우 전 수석이 지난해 8월 가족회사 ‘정강’ 비리 등 개인 비위 의혹으로 수사 선상에 오른 이후 김수남 전 총장 등 검찰 수뇌부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알려져 수사무마 의혹이 제기됐었는데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 순간이었습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보다 확실한 사실 확인을 위해 또한번 질의에 나섰습니다.

-박범계 : 우 전 수석과 김수남 전 총장과의 통화 다음 연결 내역에 대한 영장이 두 번 기각됐다는 건가?

▷윤석열 : 누구의 통화 다음 통화라고 말씀드리는 건 어렵다. 연결 통화를 청구했는데 재청구까지 두 번 기각됐다. 이런 수사는 하지 말란 모양이다. 더이상 진행할 수가 없었다.

-박범계 : 당시 영장 전담 판사가 지금도 영장 전담인가?

▷윤석열 : 같은 분이다.

-박범계 : 기가 막힌 일이다. 그래도 제가 아는 윤 검사장이면 한번 더 했을 것 같다. 어쨌든 우병우 관련해선 법조 전반이 벌벌 떤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수원지방검찰청 등 서울고등검찰청 산하 일선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나치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는 검찰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둘러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윤석열 여주지청장의 특별수사팀 전격 배제 등 파문을 놓고 여야의 격렬한 공방이 예상된다. 2013.10.21/뉴스1

◇4년 전 '그 질의'의 주인공…"우병우에게 신세진 것 있느냐"

'천하의 윤석열'이지만 이날 진땀을 뺀 장면도 있었습니다. 바로 검찰 출신보다 더 검찰을 잘 안다는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의 질의에서입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의 윤석열을 있게 한 4년 전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외압 폭로 발언도 박 의원의 질의로 나온 것이었습니다.

당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댓글 사건에 대해 보고받지 않았다고 부인하던 상황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윤 지검장을 불러 세운 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보고를 중앙지검장에게 했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윤 지검장이 박 의원의 질문에 "보고했다"며 진실을 밝히면서 댓글사건 수사 외압 사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됐습니다.


박지원 의원 역시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미진한 수사를 여러 차례 질타했습니다. 수사를 이끌고 있는 윤 지검장이 ‘화살받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박 의원은 윤 지검장과 우 전 수석의 검찰 내 인연을 콕 집어내며 윤 지검장이 우 전 수석을 봐주는 것 아니냐며 몰아세웠습니다.

윤 지검장은 갑자기 '고양이 앞의 쥐'가 된 듯 "우병우에게 신세진 것 없다"고 황급히 부인하며 철저한 수사를 다짐했습니다. 다음은 윤 지검장과 박 의원의 질의응답 내용입니다.

-박지원 : 우리 검사장께서 과거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근무하신 적 있나? 당시 범정 기획관이 누구였죠?

▷윤석열 :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기획관이었다.

-박지원 : 굉장히 두 분이 신뢰하는 그런 관계였다고 하는데 지금도 우병우 당시 범정 기획관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느냐?

▷윤석열 :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업무 능력과 일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박지원 : 도둑이 도둑질 잘하면 그건 안 좋은 거다.

▷윤석열 : 적어도 검사 시절에 제가 보기에는….

-박지원 : 그 사람은 나쁜 짓을 잘 하는 거다. 그래서 아까 제가 물은 거다. 혹시 신세진 거 있느냐고.

▷윤석열 : 신세진 것은 없다. 갈 때도 총장이 발탁해서 갔고….그런데 근무하면서 서로 도움받은 건 있겠죠.

-박지원 : 천하의 윤석열 검사장께서 도대체 특검에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안 되고 그 전에는 다른 검사가 했다하더라도 중앙 검사장을 통해서도 안되고, 밖에서의 두 분의 사적 인연이 작용하고 있다고….

▷윤석열 : 그런 건 없고 그 분 뵌 지도 오래됐다. 특검에서 조사할 때 한번 뵙고 본인도 청와대에서 바쁘다보니까….

-박지원 :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첩보와 새로운 제보사실이 들어왔으니까 철저히 수사하겠다. 그렇게 구속하는거죠?

▷윤석열 : 저희가 첩보나 여러 가지 진정 등을 검토해서 법에 저촉되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수사를 하겠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산하 지검ㆍ지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가벼운 미소를 짓고 있다. 2017.10.23/뉴스1 <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사위원들이 윤석열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은

윤 지검장이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고 당황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유행어가 질의로 튀어나오자 갑자기 터진 웃음을 참느라 생긴 해프닝이었습니다. '천하의 윤석열'을 웃게 만든 장본인은 이춘석 민주당 의원이었습니다.

-이춘석 : 도대체 다스(DAS)는 누구 거예요? 답변하기 어렵나?
▷윤석열 : (잠시 침묵)저희는 사실상 누구 것으로 보이느냐보다, 법률적으로 누구 것인지 확인해야 하는 입장이라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이날 국감에서 여야 법사위원들이 윤 지검장에게 질의를 할 때 유독 자주 언급된 말이 있었습니다. '천하의 윤석열', '여러 고초를 겪고', '4년 전 기개', '윤석열 답게' 등의 표현이 빈번하게 등장했습니다. 4년 전 잘못된 권력의 행태를 용기있게 고발한 그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일 겁니다.

윤 지검장은 기관장으로 참석한 첫 국감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저는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검찰은 정치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범죄를 수사하는 사람이다.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사건 등)수사 의뢰된 부분은 법에 따라 수사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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