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너무 올랐나”…금리인상 신호 약해진 韓銀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7.11.06 06:00

10월 금통위 금리인상 시사, 3분기 서프라이즈 성장에 시장금리 대폭 상승…한은 최근 메시지 관리 신중한 입장으로 변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윤면식 부총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실제로 올리지 않았는데 이에 앞서 시장금리가 예상보다 많이 오른 것에 부담이 있는 것 같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5일 이주열 총재를 비롯해 한은 고위 인사들이 금리인상 관련 발언 수위가 낮아진 것에 대해 이렇게 촌평했다.

실제로 10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이 총재가 “경기여건이 성숙됐다”며 연내 금리인상을 강력 시사한 뒤 시장금리는 크게 올랐다.

19일 당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7bp(1bp=0.01%포인트) 올라 2015년 3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2%대에 진입했고, 국고채 5년물 금리도 7bp 상승해 2.2%대로 올라섰다. 다음날인 20일도 국고채 3년물, 5년물 금리가 8bp 정도 뛰었다.

이후 조금씩 오르던 시장금리는 지난달 26일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공개된 당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3년물은 2.182%, 5년물은 2.418%로 금리가 하루 만에 7~8bp 급등했다.

이는 3분기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인 0.8~0.9%를 크게 웃돈 1.4%로 집계된 영향이 컸다. 3년 만에 3%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자 연내 금리인상론이 더 힘을 받은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10월 금통위 이후 일주일 만에 10년물 이하 국고채 시장금리가 0.25%포인트 가량 올랐는데, 이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효과와 비슷하다.

이 영향으로 금융권 대출금리도 반응했다. 10월 한달간 5대 시중은행 혼합형(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대 0.44%포인트 올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에서도 금리인상 신중론이 제기됐다. 지난달 23일 한은 국정감사에서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한은은 국내 경기가 회복세라고 했지만 반도체를 빼면 지표가 좋다고 볼 수 없다”며 “한은이 금리인상을 시사한 상황에서 이런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리인상 요건을 묻는 질의에 “견조한 경기 회복 흐름이 확인되고 물가도 목표 수준에 수렴하는 상황이 기조적으로 갈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31일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3분기 성장률이 11월 금리인상을 확신할 수치라고 보냐”고 묻자, “경기 이외에 물가도 봐야한다”며 “내년 근원 물가 등 여러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리를 언제부터 인상하게 될지 모르지만 하더라도 신중하고 점진적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미묘하게 바뀐 이 총재 발언에 시장 기대심리는 반응했다. 시장이 우려했던 것은 연내 금리인상 이후 추가 인상 시점인데 이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시장금리는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이달 3일 기준 국고채 금리는 3년물 2.133%, 5년물 2.366%로 연중 최고점에서 약 5bp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신임 의장에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제롬 파월 이사가 임명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많다. 파월의 성향을 고려할 때 내년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이고, 국내 시장금리도 단기간 크게 뛸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향후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팀장은 “이미 주요 채권금리는 기준금리 2~3회 인상이 선반영됐다”며 “연내 한국과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추가 인상속도가 빠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금리는 적정 수준으로 되돌림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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