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7% 추락…美 다우지수 원년 멤버의 몰락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7.11.05 08:00

[i-로드]<58>미래 성장동력 못 찾고 추락하는 ‘올드 보이’ GE

편집자주 | i-로드(innovation-road)는 '혁신하지 못하면 도태한다(Innovate or Die)'라는 모토하에 혁신을 이룬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을 살펴보고 기업이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알아보는 코너이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 "뉴욕증시 활황 속 나 홀로 37% 추락"

미국을 대표하는 산업기업이자 121년 역사의 다우지수의 원년 멤버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올해 주가가 37% 추락하며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이로써 GE의 시가총액은 올해에만 무려 1000억 달러(110조원)가 공중에 사라졌다. 한국 기업으로 따지면 SK하이닉스와 현대차를 합친 규모다.

특히 뉴욕증시의 활황으로 다우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점을 경신하며 19%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GE의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GE의 성적은 다우지수 편입종목 중 최악이다.

GE는 지난달 20일 3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41%나 못 미치는 ‘어닝쇼크’를 발표했다. 17년 만의 최대 ‘어닝미스’(earning miss)였다. 그리고 올해 이익 전망치를 35%나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존 플래너리(John Flannery) 신임 회장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실적 부진의 심각성을 인정했다.

월가에서는 투자의견을 ‘매도’(Sell)로 강등하고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했고, 주가는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 "최대 38% 배당 삭감 불안, 다우지수 퇴출 우려마저"

월가는 최악의 실적 부진과 이익 전망치 하향조정에 직면한 GE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결국 배당금 삭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대 38%의 배당금 삭감을 전망한 곳도 있다.

GE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배당금을 삭감한 경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단 한 번뿐이어서, 만약 GE가 이번에 배당금 삭감을 단행한다면 회사가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탄이 된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GE가 정말 배당금을 삭감할지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게다가 30개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지수 편입종목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GE는 다우지수가 첫 출발한 1896년부터 편입돼 지금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종목이자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다우지수 구성종목에서 GE를 대체할 마땅한 산업기업이 없는데도 GE 퇴출 얘기가 나오는 것은 한마디로 GE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 "잭 웰치 전 회장의 문어발식 인수합병의 후유증, 제프 이멜트 전 회장의 사업재편 노력 실패"

1981년부터 2001년까지 20년간 GE를 이끈 잭 웰치(Jack Welch) 전 회장은 재임 중 GE를 세계 최고 기업으로 끌어 올렸다. 기업 가치는 4000%나 뛰어 올랐다.


웰치 전 회장은 ‘세기의 경영자’(Manager of the Century)라는 명성을 얻었고 전 세계 경영자들은 너도나도 그의 리더십 스타일을 탐구하고 그의 경영전략을 따라했다.

웰치 전 회장은 재임 기간 중 1000개에 달하는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의 몸집을 지속적으로 불려 나가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문어발식으로 확장한 사업들이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후임자인 제프 이멜트(Jeff Immelt) 전 회장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고, 결국 웰치 전 회장이 키운 GE를 전혀 다른 종류의 기업으로 바꾸려 애를 썼다.

플라스틱, 가전, 소비자금융, 미디어사업 등에서 철수하고 사업의 중점을 전력 인프라, 에너지사업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멜트 전 회장의 대대적인 사업재편 노력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차가웠다.

GE를 글로벌 인프라의 핵심기업으로 만들고, 사업규모를 1000억 달러로 성장시켰으며, 핵심 산업 관련 사업의 수익을 두 배로 늘렸고, 성장전략으로서 혁신에 초점을 맞췄지만, GE는 다우지수 편입종목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이멜트 전 회장은 올해 8월 주가 하락 속에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그동안 GE가 걷던 길과 완전 다른 길로 사업구조를 변모시키려 했던 이멜트 전 회장의 노력은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 “GE는 맛이 갔다”(GE is lost).

GE는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지난 8월 서둘러 이멜트 전 회장을 퇴임시키고 플래너리 신임 회장을 선임했다.

그리고 10월 초엔 두 명의 부회장을 추가로 퇴임시키고 재무담당임원(CFO)도 새롭게 교체하는 등 대대적인 경영진 개편을 단행했다.

신임 플래너리 회장은 2018년 말까지 20억 달러(2조1000억원)의 비용 절감과 더불어, 200억 달러(21조원)의 자산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며, 회사 전용 제트비행기의 운행을 중단하고, 임원 승용차도 더 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플로리다의 고급 골프장에서 사치스럽게 치러지던 연례 행사도 취소했다.

그럼에도 GE의 주가 하락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월가에서는 “GE는 이제 맛이 갔다”(GE is lost)는 말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GE는 새로운 성장 사업을 찾지 못한 채 오로지 자산매각과 비용절감에만 급급하다"며 미래 성장전략을 찾지 못하면 125년 역사의 ‘올드 보이’ GE는 ‘날개 없이 추락’하는 신세가 되고 말 것이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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