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싸이월드를 되돌아 봐야 할 때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 2017.11.06 03:00
"인터넷은 국경이 없습니다. 시장을 볼 때 꼭 전 세계로 봐야합니다."

지난주 인터넷서비스 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겸 GIO(글로벌투자책임)의 말이다. 이 GIO는 싸이월드를 예로 들며 "이기는 것은 바라지도 않고 살아남고 싶다"고 읍소했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처한 경쟁 상황을 보고 경쟁이라도 해볼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 달라는 것.

싸이월드는 인터넷서비스 업계가 처한 경쟁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100원짜리 도토리 하나로 하루 수 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표 SNS가 됐지만 미국 페이스북에 밀려 이용자들의 머릿속에서 삭제됐다. 페북이 직접적인 서비스 쇠락의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페북으로 옮겨 갔으며 싸이월드에는 관심조차 없다. 더 이상 서비스 경쟁이 국내 기업간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쟁이 공정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 페북은 합법적 조세회피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쌓은 자금으로 전 세계의 유망 기업을 사냥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나 인스타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유한회사인 이들은 세금 추징의 근거가 되는 국내 매출이 얼마 인지조차 밝히지 않으며 "국내법을 준수하고 있다"고만 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는 이 같은 '불공정 게임'에 대한 견제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구글에게 반독점 혐의로 3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 '구글세'로 불리는 세제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도 구글에 반독점 위반으로 7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모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행정부는 매출을 해외로 돌리거나 자국 내에서 고용과 재투자를 하지 않는 IT기업들을 맹비난하며 세제개편안을 쏟아내고 있다. 구글과 페북은 지난 3분기에만 전년 대비 10~40% 증가한 규모의 로비자금을 쏟아 부으며 정부 달래기에 진땀을 빼고 있다.

그러나 네이버 역시 싸이월드 사례에서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이 있다.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은 서민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다며 네이버의 독점, 불공정을 문제 삼았다. 일부가 사실과 달라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네이버에 대한 일반인들과 정치인들의 시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으면 서비스는 죽는다. 국내 대표 인터넷 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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