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초대형IB 발행어음 인가 지연에 "시장 뺏길라" 위기감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 2017.11.02 16:28

미래에셋대우, NH,KB, 삼성 등 4조원 이상 대응 시나리오 검토 촉각, 수익성 악화 우려도

지난 6월말 기준

초대형IB(투자은행) 제도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단기금융(발행어음)업무를 한국투자증권에 우선 허용할 예정인 가운데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대형 증권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인가가 계속 지연되면 초대형IB 초기시장 선점과 수익성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 KB, 삼성 등 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업무와 관련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7월 금융당국에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후 인가가 빠르면 10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계속 늦춰지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대형IB 업무를 담당하는 대형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경영전략과 초대형IB 전담 부서 등 임직원들이 업무 허용 여부와 시점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발행어음 시장 진입이 지연되면 어음 발행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길이 막혀 혁신기업과 기업 M&A(인수·합병) 투자 등 초대형IB 시장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인 발행어음이 금리 경쟁력을 갖춰 대규모 자금조달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증권사의 발행어음 금리가 발행 초기 연 1% 중후반 수준이 될 것이라는 대체적인 평가다. 이는 증권사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수달인 RP(환매조건부채권)는 물론 은행 1년 정기예금, 국고채 금리 등의 1% 중반 수준보다 높아 금리 경쟁력을 가진다는 평가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초대형IB 시장 선점을 위해 올해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아 최소 1~2조원 이상의 대규모 어음을 발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발행어음 인가가 최소 몇 개월 이상 지연되면 초대형IB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사업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부터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 지정을 위해 몸집(자본)을 크게 불려 발행어음 등 신규 업무에 제동이 걸리면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들어 6월말 기준 KB증권(5.4%), 미래에셋대우(5.7%)는 대형 증권사 중 ROE가 최저 수준이다. 삼성(6.0%), NH(8.8%) 등도 키움증권(16.4%)은 물론 한국투자증권(12.6%), 메리츠종금증권(12.5%) 등에 비해 ROE가 낮아 대규모 자본에 맞는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편, 업계에선 금융위원회의 발행어음 인가가 IMA(종합금융투자계좌), 기업신용공여(대출) 등 다른 초대형IB 업무와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행어음 업무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로 지정돼도 별도로 인가를 받아야 하는 반면 기업신용공여와 IMA 업무는 각각 자본 3조원과 8조원 이상 증권사로 인정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금융당국의 초대형IB 제도는 대형 증권사의 자본 기준을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한다는 취지"라며 "하지만 발행어음 업무만 허용 기준이 다르고 그마저 인가 기준도 명확한 근거가 없어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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