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데이트폭력의 일부이자 전조 증상인 '통제 행동'을 로맨틱하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등 대중매체 등에서도 통제행동이 버젓이 '사랑'의 일부처럼 그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폭력으로 8367명이 검거됐다. 전년(7692명) 대비 8.8% 늘어난 수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233명이다. 매년 평균 47명이 과거 또는 현재 연인의 손에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 연구’에 따르면 19세 이상∼64세 미만 남성 200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남성 1593명·79.7%)이 연인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폭력, 성추행을 하는 등 데이트폭력을 최소 1번이라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제행동(71.7%)이 가장 많았고 △성추행(37.9%) △심리적・정서적 폭력(36.6%) △신체적 폭력(22.4%) △성폭력 (17.5%) △상해 (8.7%) 순이었다.
문제는 데이트폭력의 일부이자 강한 전조 증상인 '통제행동'이 흔히 로맨틱한 행동으로 인식돼 방조되고 있다는 것. 특히 통제행동의 피해자 조차도 이를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주변에서도 큰 이견없이 받아들이면서 문제가 지속된다.
'통제행동'은 관계 우위를 차지한 쪽이 열등한 쪽을 통제하려는 행동 등을 말한다. 남녀 관계에서 △옷차림 제한 △휴대폰, 이메일, SNS(사회연결망서비스) 점검 △동호회, 모임 활동을 못하게 함 △통화가 될 때까지 계속 전화함 △일정 통제·간섭 △다른 사람과 통화를 못하게 함 △누구와 함께 있는지 확인함 △친구들을 못 만나게 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싫어해도 하도록 강요함 △상대방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 두게 함 △다른 이성을 만나는지 의심하는 행동 등이 해당된다.
이인숙 건국대 여성학 교수는 "열등한 존재로 치부되는 쪽은 우위를 차지한 쪽의 심기를 맞추기 위해 본인이 원치 않는 행동도 하고, 폭력에도 익숙해진다"면서 "'통제행동'은 더 큰 데이트폭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통제행동을 당하는 쪽에서도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나를 성적 대상으로만 보고, 동등한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인지해야 비정상적인 관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립스틱 색이 네 얼굴 톤에는 잘 안어울려' 등 애정·관심에서 우러나오는 제안과 '다른 남자들이 보니 치마를 바지로 갈아입고 와' 등 우열관계서 비롯한 통제·강요·강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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