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갈아입고와"…로맨틱하지 않아요, 폭력입니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7.11.05 06:25

데이트폭력 가해자 중 '통제행동' 71.7%…"데이트폭력의 일부이자 전조증상"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얼마 전 직장인 A씨는 TV를 보다가 한 연예인 커플의 모습을 보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치마를 입고 온 여자친구를 보고 다시 바지로 갈아입고 오라고 한 장면이 '수직관계'처럼 보였기 때문. 여자친구는 순순히 옷을 갈아입고 왔고, 그 뒤 둘은 데이트를 하러 출발했다. 여자친구가 "연애 전에는 제 스타일 대로 입었는데, 이제 치마 입는 걸 (남자친구가) 못하게 해요"라고 말하자, 남자친구는 "워낙 예뻐서 혼자만 보고 아껴두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데이트폭력의 일부이자 전조 증상인 '통제 행동'을 로맨틱하게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등 대중매체 등에서도 통제행동이 버젓이 '사랑'의 일부처럼 그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5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폭력으로 8367명이 검거됐다. 전년(7692명) 대비 8.8% 늘어난 수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피해자는 233명이다. 매년 평균 47명이 과거 또는 현재 연인의 손에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삽화=뉴스1
하지만 물리적 폭력을 저질러 검거되는 이들은 데이트폭력 가해자 중 극히 일부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들 10명 중 8명이 데이트 폭력을 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은 흔히 폭력으로 인식되지 않는 '통제행동'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 연구’에 따르면 19세 이상∼64세 미만 남성 200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남성 1593명·79.7%)이 연인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폭력, 성추행을 하는 등 데이트폭력을 최소 1번이라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제행동(71.7%)이 가장 많았고 △성추행(37.9%) △심리적・정서적 폭력(36.6%) △신체적 폭력(22.4%) △성폭력 (17.5%) △상해 (8.7%) 순이었다.

문제는 데이트폭력의 일부이자 강한 전조 증상인 '통제행동'이 흔히 로맨틱한 행동으로 인식돼 방조되고 있다는 것. 특히 통제행동의 피해자 조차도 이를 사랑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주변에서도 큰 이견없이 받아들이면서 문제가 지속된다.


'통제행동'은 관계 우위를 차지한 쪽이 열등한 쪽을 통제하려는 행동 등을 말한다. 남녀 관계에서 △옷차림 제한 △휴대폰, 이메일, SNS(사회연결망서비스) 점검 △동호회, 모임 활동을 못하게 함 △통화가 될 때까지 계속 전화함 △일정 통제·간섭 △다른 사람과 통화를 못하게 함 △누구와 함께 있는지 확인함 △친구들을 못 만나게 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이 싫어해도 하도록 강요함 △상대방이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 두게 함 △다른 이성을 만나는지 의심하는 행동 등이 해당된다.

이인숙 건국대 여성학 교수는 "열등한 존재로 치부되는 쪽은 우위를 차지한 쪽의 심기를 맞추기 위해 본인이 원치 않는 행동도 하고, 폭력에도 익숙해진다"면서 "'통제행동'은 더 큰 데이트폭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통제행동을 당하는 쪽에서도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나를 성적 대상으로만 보고, 동등한 주체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인지해야 비정상적인 관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이 교수는 "'립스틱 색이 네 얼굴 톤에는 잘 안어울려' 등 애정·관심에서 우러나오는 제안과 '다른 남자들이 보니 치마를 바지로 갈아입고 와' 등 우열관계서 비롯한 통제·강요·강제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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