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삼성전자 세대교체의 의미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17.11.01 10:14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삼성전자가 최근 3대 사업부문장을 바꾸는 경영진 인사를 했다. 새 수장들은 모두 50대다. 3명의 부문장 중 고참인 김기남 DS(디바이스 솔루션즈·부품)부문장(사장)이 59세로 나이가 가장 많다. 김현석 CE(소비자 가전)부문장과 고동진 IM(IT·모바일)부문장은 올해 56세다.

이번 인사를 볼 때 삼성전자가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최고경영자(CEO)급 경영진의 선임 연령 제한을 사실상 60세 미만으로 못 박았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실적이 좋고 경력이 화려하더라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2선으로 물러나는 관행이 이번 기회에 만들어질 가능성이 감지된다.

권오현 부회장은 자신이 총괄하는 반도체 사업에서 최근 3개월 동안 1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영업이익을 올렸음에도 불구, "지금은 후배 경영진이 나서 새 출발을 할 때"라며 용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삼성 TV와 스마트폰의 '레전드'인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도 나란히 조기 퇴진을 결정하면서, 삼성전자의 '세대교체'가 본격화됐다.

초일류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와는 다른 사례이지만, 중국은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칠상팔하'(七上八下) 원칙을 철저히 적용한다.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 시점에 만 67세는 7명으로 구성된 상무위원이 될 수 있지만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숨어있는 규칙이다. 최근 열린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69)도 이 원칙에 따라 퇴임했다.

약 8900만명의 당원을 보유한 중국 공산당의 고위 인사 3대 요소는 연령·정치경력·업무능력이다. 아무리 경력과 능력이 뛰어나도 나이 제한에 걸리면 예외가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지만, '연령 제한'은 고위급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제도적 장치는 곧 시스템이다. 중국의 절대권력으로 불리는 시진핑 주석이 왕 전 서기를 유임시키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가장 시스템이 잘 갖춰진 기업 중 하나다. 갖은 악재 속에서도 경영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의 또 다른 강점은 변화에 능하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 문제가 없는 조직은 없지만, 이를 발견하고 고치려 하는 곳은 실제 많지 않다. 그동안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일부 고위 임원들이 자리를 오랫동안 독점한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번 경영진 인사를 시작으로 자기 변화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평소 "경영자는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층 젊어진 삼성전자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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