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철거왕 사건' 경찰 송치서류에 수상한 의혹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 2017.10.30 05:02

143쪽 분량 경찰 작성서류 입수해보니…이금열 회장 등 주범 봐주기 의심 정황 곳곳

수년 전 ‘철거왕 이금열’ 사건에서 경찰이 작성한 송치서류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주범들을 봐준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의 무대는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4재개발 사업장(가재울4)이다. 주요 혐의자는 이금열 다원그룹 회장과 이 회장의 친구인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정비업자) 박모씨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다 파출소로 전보된 최용갑 수사관이 폭로했던 경찰의 기록 조작 가능성 등 관련 의혹의 진실이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본지 10월26일 [단독]현직 수사관 폭로… "경찰 내 '철거왕' 내부자들" 보도 참고)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해당 사건을 검찰에 넘기면서 작성한 송치서류(143쪽 분량)를 29일 본지가 입수해 분석한 결과, 경찰은 2012년 7월6일 피의자 12명(11명 기소의견·1명 불기소의견)만 송치했다.

2011년 이 회장(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과 박씨(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수수·공무원 의제)를 핵심 피의자로 집중 수사해 놓고 정작 송치할 때는 두 사람이 증발됐다는 의혹이다. 송치서류에 별다른 이유는 안 적혀 있다.

우선 박씨에 대한 봐주기 정황이 눈에 띈다. 수사 초기 박씨는 압수수색을 당하고 피의자신문까지 받았지만 아예 송치조차 되지 않았다. 더욱이 경찰의견서를 보면 “설계업체 A사의 임원이 가재울4의 설계 일감을 가져가는 조건으로 박씨에게 80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본다”고 쓰여 있다. 박씨의 뒷돈 수수 혐의를 말한 것으로 기소의견 송치하는 게 이치에 맞지만 웬일인지 불기소의견으로 송치조차 하지 않았다.

서대문서의 설명은 이렇다. 서대문서 관계자는 “2012년 7월3일 박씨를 다른 일부 피의자들과 함께 별건으로 분리한 뒤 2012년 8월2일 상법과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불기소의견(공소권없음) 송치했고 그 직전인 7월27일 또 일부 피의자와 함께 별건으로 분리했다”며 “2013년 3월9일에는 또 박씨를 별건 분리했고 2013년 5월2일 배임 혐의로 불기소의견(무혐의) 송치, 알선수재 혐의로 불기소의견(공소권없음) 송치했다”고 해명했다. 상당수 공소권없음 의견인데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더라도 봐주기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당초(2012년 7월6일) 경찰의견서에는 통상 있어야 할 별건 분리 사유가 적혀 있지 않다. 또 주요 혐의인 8000만원 수뢰 혐의가 인정된다고 의견서에까지 써놓고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을 때가 돼서야 수사를 끝낸 셈이다. ‘별건 분리’를 반복하며 시간을 끌었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이 회장에 대한 봐주기 정황도 곳곳에 보인다. 이 회장은 수차례에 걸쳐 자료 임의제출과 소환조사 요구를 받는 등 수사를 받았지만 송치가 안됐다. 서대문서는 “애초 형사입건되지 않았고 ‘추후 형사입건하겠다’는 수사보고서 기록이 있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사건을 초기에 맡았던 최용갑 수사관은 “다 거짓말이다. 분명히 내가 형사입건해 수사했다”고 주장한다.

본지가 ‘나중에라도 왜 이 회장을 입건하지 않았냐’고 묻자 서대문서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누군가 입건기록을 지우고 지웠다는 기록 자체도 모두 삭제했을 가능성, ‘추후 입건하겠다’는 문구가 조작됐을 가능성 등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그 부분까지 책임지고 확답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뿐만 아니라 경찰의견서에서 이 회장을 문제가 된 다원이앤아이의 실소유주라고 적시한 부분도 여러 곳이다. 그런데 가재울4의 철거면적을 부풀려 수십억원의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는 다원이앤아이의 바지사장에게만 적용했다.

공범 혐의를 받던 다른 철거업체의 바지사장에 대해 “계약상 대표자일 뿐 가담행위를 인정할 특별한 증거가 없어 불기소의견(혐의없음)”이라고 쓰고 실소유주에게 기소의견을 씌운 것과 반대다.

이밖에 전체 수사내용을 압축적으로 정리하는 경찰의견서상 ‘수사결과 및 의견란’에 불필요한 내용을 잔뜩 집어넣은 것도 수상한 부분이다. 가령 가재울4의 조합정관과 도시정비법 규정이 4페이지에 걸쳐 들어가 있다. 검사들이 다 아는 관련 단어의 개념을 3페이지에 걸쳐 설명하기도 했다.

재건축 비리 수사에 밝은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를 무마하려 할 때 이런 방법을 쓴다”며 “복잡한 기록을 넘겨받은 검사는 경찰수사가 제대로 됐는지 자세히 살펴보기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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