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취업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대학생, 취업준비생들이 모인 독서실에선 '소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트위터에는 '멀티펜 사용을 독서실 내에서 금지합니다'라고 쓰인 독서실 경고문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경고문에는 멀티펜의 색깔을 바꿀 때 스프링이 튀는 소리가 방해된다고 쓰여있다. 해당 트윗은 1만 건 이상 리트윗 되며 화제가 됐다.
취업, 고시 등을 준비하며 예민해진 수험생이 모이는 독서실에서는 갖가지 에티켓을 두고 논쟁이 벌어진다. 기침이나 휴대전화 소리 등 큰 소음을 일으키는 행동 뿐 아니라 책장을 넘기거나 숨소리를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옷 차림이나 커피 마시는 일 등 학습과 무관한 것에 대해 항의하는 경우도 있어 논란을 키우고 있다.
◇"집중력 부족을 남에게 돌려"…"공부하기 위한 곳, 배려가 먼저"
독서실의 다양한 지적과 규칙에 대해 온라인에선 과도한 반응이라는 주장과 독서실인 만큼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3색펜 금지에 대해 한 누리꾼은 "자신의 집중력 부족 문제를 남에게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중에는 뚜껑 여닫는 펜도 금지하는 게 아닐까 싶다"며 우려했다. "그럴 거면 무덤에 들어가서 하지, 왜 도서관에 오냐?"며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취업준비생 한주형씨(26)는 "심하게 예민한 경우도 있지만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며 "공부하기 위한 공간인 만큼 매너를 지키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명확한 규칙·관리자 통제가 갈등 막아…"개인차 인정하고 배려해야"
소음 갈등을 막기 위해 독서실 차원에서 규칙을 정해 동의를 얻는 경우도 있다. 수험생이 몰려 있는 노량진 일대 독서실에선 △휴대전화 무음(진동 금지) △물 제외 음식물 반입금지 △노트북은 전용 공간에서만 △소리 나지 않는 실내화 착용 △필기구 소음 제한 등을 규칙으로 정하고 관리자가 직접 통제한다. 대학생 양모씨(27)는 "규칙이 확실하고 관리자가 직접 제한하기 때문에 수험생간 갈등이 생기는 경우는 적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의 습관이나 예민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행동을 보다 배려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 도서관을 관리하는 자치위원인 대학생 오모씨(23)는 "자주 순찰도 돌고, 제보도 받지만 완벽하게 분위기를 관리하긴 힘들다"며 "개인 공간이 아닌 만큼 스스로 조심하고, 남들의 행동에도 좀 더 관대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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