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사고의 폐쇄성?…알면서도 거부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의 실체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10.28 06:45

[따끈따끈 새책]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의도된 선택인가, 어리석은 판단인가

페리클레스는 그리스 아테네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였다. 미국의 링컨처럼 자신의 명민한 정치력을 고귀한 이상에 대한 깊은 열정과 결합하는 법을 안 것이다. 지배자라기보다 진정한 지도자에 가까웠던 그는 주변 사람들이 천재성을 발휘하도록 배려의 능력까지 겸비했지만, 시대와 화해하지 못했다.

그의 정당한 순수성에 분개한 시민들은 그가 창조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고, 그의 탁월함을 불편해했다. 그는 결국 그의 성공을 시기한 천박한 시민들에게 공격당했다.

1961년 4월 미국이 감행한 ‘피그스만 침공’은 실패했다. 1961년 미국이 훈련한 1400명의 쿠바 망명자들이 미군의 도움을 받아 쿠바 남부를 공격하다 실패한 이 사건은 집단 맹신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감행한 최악의 사례로 남아있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합리적인지 알지만 인간은 왜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 지구상에서 가장 번창한 로마가 한순간 무너진 이유를 이해하면서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 주도의 세계 평화) 시대에 미국이 로마의 길을 그대로 좇는 배경은 무엇일까.

저자는 역사는 어리석은 자들의 기록이라고 단언한다. 인간이 지닌 가장 탁월한 능력은 실제 일어나지 않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일도 꿈꾸는 상상력이다. 상상만으로 사건을 생생하게 눈으로 보는 것처럼 그려낼 수 있고, 실제 일어난 일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실체의 중심엔 주도권과 이득, 부패함의 은폐가 자리하고 있다. 그것이 옳지 않더라도 죽음을 불사하고 지켜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이유가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셈이다.

저자는 어리석음을 ‘학습에 의해 변질된 학습’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자신에 대한 학습은 불완전한 과정인데, 어리석음은 우리에게 미치는 환경이나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나타나는 부적응적 행동이다.


학습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인 ‘스키마’(외부 환경에 적응하도록 환경을 조작하는 감각·인지적 기술)가 주변 환경이 제공하는 정보와 일치하지 않을 때 어리석음은 표출된다. 소위 ‘나쁜 스키마’가 작동되는 것이다.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해지면 그만큼 위험한 모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스키마의 오작동 때문이다.

어리석음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은 ‘신경증적 역설’이다. 이는 즉각적이고 단기적 보상이 주어질 경우 그것이 장기적으로 부적응 결과를 낳는다 해도 뇌가 특정 행동을 강화하는 자멸적 학습 패턴을 가리킨다. 마약 중독이 단적인 예다. 자신의 내면에 자신의 행동을 성공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부정적 결과에 대해서는 인식을 방해하는 스키마가 생기기 때문.

기본적으로 집단사고는 어리석음을 재촉하는 근원이다. 인간은 문화·진화적으로 천재성을 희생해 협력 정신과 전체의 단합을 얻으려는 집단 성향이 존재해왔다. 사회 집단으로 진화해 온 인간은 개인의 지적인 삶을 양보하는 대신에 얻은 협력이 사회에 이로운 효과를 줬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달았다.

저자는 “어리석음은 특정 자극과 교훈, 생각을 차단하는 동시에 적극적 상상을 통해 부적응 행동을 촉진해 만족스러운 인식을 창조한다”며 “지난 역사의 잘못된 판단을 보면서도 그것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어리석음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간은 어리석은 판단을 멈추지 않는다=제임스 F. 웰스 지음. 박수철 옮김. 이야기가있는집 펴냄. 640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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