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의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한 두 사람은 회의 중 휴식시간을 이용해 인근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잔의 망중한을 즐겼다”고 한다.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두 사람의 관계와 그날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1년 전 IMF 연차총회를 취재한 적이 있다. 당시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외신과 인터뷰에서 국내 기준금리와 관련, “아직 ‘룸’(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의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며칠 전이었고 경제수장들의 불편한 관계가 부각됐다. 정부가 금리인하를 압박하고 한국은행은 방어하는 모양새였다.
최근 만난 유 전부총리는 “외신 인터뷰의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며 특별한 의도가 담긴 발언은 아니었다고 했다. 하지만 2008년 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갈등이 재연된 것처럼 해석한 이가 많았다.
그런 면에서 김 부총리와 이 총재의 관계는 여러모로 다르다. 김 부총리는 임명 나흘 만에 한국은행을 찾았다. 외부에 알려진 식사일정만 벌써 두 번이다. 김 부총리가 한 회의에서 이 총재에게 생일케이크를 선물한 적도 있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을 발표하는 자리에선 두 사람이 나란히 섰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동일하다.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 역시 같은 날 동시에 켰다.
이젠 김 부총리와 이 총재가 워싱턴DC의 스타벅스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지 궁금해진다. 스타벅스는 소설 ‘모비딕’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이다. 이 소설엔 신중하고 이성적인 일등항해사 ‘스타벅’(Starbuck)이 등장한다.
김 부총리는 취임사도 서울의 한 스타벅스에 앉아 밤늦도록 직접 다듬었다. 취임사는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과 의지가 담긴 일종의 항해계획서고 이에 근거해 항해를 계속할 것이다.
마침 3분기 성장률이 7년3개월 만에 가장 높게 나왔다. 모비딕의 결말과 달리 한국 경제는 늘 해피엔딩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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