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무역협회 회장 "정부가 사임 요구…압력으론 생각 안해"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7.10.24 16:40

(종합)임기 4개월 앞두고 사임 결정..."정부가 회장 정하는 관행은 풀어가야할 숙제"

24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임 배경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강기준 기자.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76)이 임기를 4개월 앞두고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이유에 대해 "정부가 사임을 권유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24일 오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정부가 본인의 사임을 희망하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현재 상황에서 사임하는 것이 협회의 원활한 기능 수행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임 권유의 메시지를 보낸 곳이 정확히 어디냐는 질문에는 "여태껏 무역협회 협회장을 정할 때 정부 최고 책임자가 모르게 한 적은 없고, 할 수도 없다"고 답했다.

정권이 바뀌고 바로 사임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공직에 있을 때나 정부 밖에서나 정권을 위해 일한 적이 없었다"며 "정권 교체를 이유로 퇴임하는 전통을 만들어선 안된다고 생각해 최근까지 (사임을) 실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금 정부 내외를 통틀어서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 없다. 이런 나이 많은 사람이 무슨 무협 회장이 하고 싶겠냐"며 "개인적으로 빨리 그만뒀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사임요구는)압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문제이고, 내가 뭐가 겁날 게 있냐. 그래서 압력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새 정부와의 경제정책 방향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어 사임의 배경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 전반과 산업과 기업, 무역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과 본인이 갖고 있는 생각에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에서 '시장'이라는 말이 나온걸 한 번도 본적이 없다"며 "기본적으로 경제정책은 시장을 중심으로 개인의 창의가 최대한 발휘되고 기업의 활동은 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경환 의원과의 친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협회장 자리에 오른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과거 (최 의원은) 내 밑에서 일했던 비서로 서로 협의할 관계가 아니"라며 "날 존경하고 따랐기 때문에 선배로서 능력있는 사람을 키워줬을 뿐이고, 무역협회장 자리는 경제부총리가 정할 수 있는 자리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 29대 회장인 김 회장의 임기는 아직 4개월이 남은 상태였다. 무역협회 회장 임기는 3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그동안 무역협회 회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사임한 사례는 22대 구평회 전 회장 사례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새 정부 들어 문재인 대통령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단체장이 일반적으로 동행하는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도 포함되지 않으면서 정부와 관계설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새 회장이 선출되기 전까진 무역협회 회장단 중 한준호 삼천리 회장이 회장 역할을, 김정관 상근부회장이 CEO(최고경영자)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회장의 선·퇴임은 민법과 무협 정관상 정부가 정할 수 없다"며 "그동안 정부가 비공식적이고 관행적으로 회장 선임을 해왔는데, 현실과 법의 괴리는 앞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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