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고백 "독서 없었으면 태극기 들었을 수도…"

머니투데이 이경은 기자 | 2017.10.28 06:37

[인터뷰]'서민 독서' 저자 서민 교수 "내 인생을 구원해준 건 독서…독서 통한 '역지사지' 배워야'"

'서민 독서'의 저자 서민 교수/사진=임성균 기자.

“서른 즈음, 책에 눈뜨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태극기 집회를 옹호하면서 촛불 든 젊은이들에게 혀를 끌끌 차는 아저씨가 돼 있었을 거예요.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죠.”

‘서민독서’의 저자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의 고백이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서른 전과 후로 나눈다. 서른한 살 되던 해 우연히 접한 책 한 권이 자신의 인생을 구원했다고.

20대의 서민 교수는 책과 담쌓은 인생을 살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큰 어려움 없이 자랐고, 의대에 진학해 군의관을 지낸 뒤에는 단국대 교수로 부임할 예정이었다. 안정적인 삶이 보장돼 있었기에 자신이 아닌 사회 다른 곳엔 관심이 없었다. 신문이나 뉴스를 보지 않으니 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지도,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에게 정치는 그저 ‘소모적인 싸움질’로, 투표는 ‘억지로 하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네가 그러니까 이 나라가 이 모양인거야”라는 일갈한 사람이 있었다. '김대중 죽이기', '전라도 죽이기' 등의 저서를 통한 실명비판과 논쟁적 글쓰기로 유명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바로 그 사람으로 정확히는 그의 책을 읽고서였다.

“책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 거죠. 정치는 싸움질이 아니라 자원을 배분하는 일이라는 것, 가지지 못한 이들의 삶은 정치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는 것을요. 왜 우리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도요.”

이후 서민 교수는 10년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매일 달력에 표시하며 1년에 150권씩 완독했다. 독서 없이 보낸 그의 청년기, 그때 놓친 것들이 너무나 아쉬웠기 때문이다.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화장하러 가는 버스에서도 제가 책을 손에 쥐고 있더라고요. 책을 읽으면서 길을 걷다가 공사현장 파이프에 머리를 부딪혀서 쓰러진 적도 있어요. 저는 그동안 책을 안 읽으며 살았으니 30년을 잃어버린 거잖아요. 그래서 1분 1분이 너무 소중했죠.”


서민 교수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감정이입’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타인의 삶에 감정을 이입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태도, ‘역지사지’를 터득하게 된다는 것.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나와 다른 성(性), 지구 반대편에서 핍박받고 굶어가는 아이들….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분노할 수 있고 의견을 갖게 해주는 것이 독서다.

그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분노와 공감 부족이 책을 읽지 않은 탓이라고 역설한다.

“인터넷엔 타인을 향한 악성댓글이 난무하고 그 수준은 도를 넘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아넣죠. 여성혐오 현상도 그래요. 이런 사회적 분노는 감정이입과 역지사지를 못한 탓이고, 결국 책을 읽지 않아서예요. 자기밖에 모르니까 배려심도 없고 사회가 점점 더 각박해지는 거죠.”

그는 이번에 펴낸 ‘서민 독서’를 특히 대학생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과거의 자신이 그러했듯 오늘날 젊은이들이 독서 부족으로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해서다.

“대학생들이 취업이 어렵고 힘든 이유는 사회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젊은이들은 정작 그곳엔 저항하지도 않고 자신의 능력부족이라고 비관하거나 골방에서 공부만 하다가 약자에 대한 혐오로 분노를 표출하게 되는 거죠. 책은 저마다의 정답을 제시해요. 독서를 통해 그 다양한 답들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을 수 있고 방황하지 않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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