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푸드트럭│② 외식업 종사자들에게 물어본 ‘백종원의 장사학개론’

서지연 ize 기자 | 2017.10.24 09:03
SBS ‘백종원의 푸드트럭’ 제작진들은 백종원이 도전자들을 관찰하며 하나씩 풀어놓는 장사 원칙에 대해 ‘장사학개론’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가 내세우는 원칙들은 푸드트럭뿐 아니라 장사 전반에 적용할 수 있을 법한 기본적이고도 당연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어떨까. 외식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에게 ‘백종원의 장사학개론’에 대해 물어봤다.
도움 주신 분들
김혜준 대표(제과제빵학과 교수 출신. 푸드 콘텐츠를 기획하는 ‘김혜준 컴퍼니’ 운영 중
박준우 셰프(OLIVE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 1’ 준우승자. ‘알테르에고’, ‘오트뤼’ 운영 중)
안경두 대표(외식 공간 기획자. ‘테이스팅룸’, ‘멜팅샵’, ‘페어링룸’ 운영 중)
이준 셰프(팝업 레스토랑으로 시작해 ‘스와니예’, ‘도우룸 바이 스와니예’ 운영 중)
채낙영 셰프(포장마차로 시작해 ‘소년상회’, ‘소년서커스’, ‘마린셰프라운지’ 운영 중)

“외식업은 0.1초의 승부다.”
김혜준: 지나가는 사람들 눈에 띄는 게 우선이다. 요즘에는 브랜딩 컨설팅을 할 때 메인 컬러부터 잡고 시작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간판의 모양이 비슷하고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에 색깔이 튀지 않으면 묻히기 십상이다. 승부를 위한 또 다른 필살기는 냄새다. 빵집이나 카페에서는 일부러 배기구를 바깥으로 빼기도 한다.

“문을 여는 시간과 닫는 시간은 일정해야 한다.”
김혜준: 보통 단골의 구매 행위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루틴(routine)을 깨서는 안 된다. 출근 시간에 매일 커피 한 잔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또한 영업 시간은 관리자가 직원들의 인건비나 매장 운영비를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기준이 된다. 단, 관광지의 경우는 조금 예외가 있을 수 있다.

“어떤 음식이든 퍼포먼스가 중요하다.”
이준: 어떤 음식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 조리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미식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픈 키친을 고집한다. 요즘에는 워낙 SNS가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는 있겠다.

“고객이 없더라도 준비한 음식을 계속 풀어야 한다.”
채낙영: 포장마차를 할 때도 고객이 한 명도 없는 경우는 없었다. 그래서 계속 음식 냄새를 풍길 수 있었고, 분명 모객에 도움이 됐다. 준비한 재료가 남았는데 고객이 더 안 올 것 같으면 서비스라도 내주는 게 훨씬 낫다. 그런 좋은 기억을 가지고 떠난 고객은 반드시 단골이 되어 돌아온다.

“웃는 표정을 연습하라.”
박준우: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지만, 이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없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억지로 웃으면 티가 너무 나서 그냥 생긴 대로 하는 편이다. 뭐든 자기한테 맞게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장사는 음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존심을 파는 것이다.”
이준: 자존심을 내려놓는다는 의미에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가까운 일본만 보아도 자존심을 지키면서 운영하는 오래된 식당들이 많다. 그 식당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그런 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자존심을 지켜야 그런 식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 있는 메뉴 한 가지로 승부하라.”
김혜준: 서울시 도깨비 야시장에 공모한 90대가량의 푸드트럭을 심사한 적이 있는데, 요즘에는 확실히 자신 있는 한두 가지만 들고 나오는 추세다. 푸드트럭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도 있다. 푸드트럭에서 김밥천국을 할 수는 없고, 해서도 안 된다. 불안감 때문에 메뉴를 늘리게 되면 심리적 안정을 얻을 수는 있어도 효율성과 만족도가 떨어진다.

“기성 제품을 쓸 때는 상표가 보이지 않게 하라.”
채낙영: 나는 처음 포장마차를 할 때부터 기성 제품을 쓸 경우 꼭 따로 용기에 담아 준비했다. 내가 돈을 내고 음식을 사먹는데 마트에서 매일 보는 제품을 넣는 걸 봤다고 생각해보라. 당연히 기분 나쁘지. 이건 ‘장사의 감’ 같은 거다.

“파는 사람의 복장은 신뢰도와 직결된다.”
김혜준: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이다. 일할 때 편안한 복장을 입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고객들은 더러운 앞치마처럼 사소한 것에서도 불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외식업장을 상대로 불시에 위생 검사를 나오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평소에 유니폼을 갖춰 입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판매자의 성격과 음식의 궁합이 맞아야 한다.”
김혜준: 굉장히 중요한 지적이다. 예를 들어 카페의 경우 친근하게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멋있게 커피를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바리스타들을 만나보면 대회 경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쇼맨십을 쌓아온 분들이 많다. 방송에서도 솜사탕을 파시는 분이 지적을 받던데, 디저트는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솜사탕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와 밥이나 먹으라는 엄마 사이에서 말 한마디로 설득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음식은 없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이준: 모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말하자면 ‘레퍼런스’와 ‘표절’의 차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음악가가 어렸을 때부터 들었거나 좋아하는 음악에 영향을 받은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는 있다. 거기서 완벽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 하지만 어떤 창작자의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요소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음식을 할 때는 나만의 고집이 있어야 한다.”
이준: 애초에 자신이 생각한 음식의 원형을 지키려는 고집은 필요하다. 매운탕은 매워야 맞는 음식인데 ‘안 매운 탕’이 되어버리면 안 되잖나. 다만, 조리 과정이나 위생 같은 문제에서 원칙과 다르게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된다.

“외식업에서 손님의 반응은 한 템포 느리다.”
안경두: 모든 경우에 적용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어떤 메뉴는 몇 달 후에 반응이 오기도 한다.

“상권 분석은 손님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부터 해라.”
안경두: 첫 레스토랑을 할 때, 아예 상권 분석을 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동네로 들어갔다. 내가 잘 모르는 동네에 들어갔다면, 아마 거기 어울리는 음식도 잘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메뉴 간의 연관성이 중요하다.”
이준: 메뉴의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다시 말해, 발라드 가수가 갑자기 댄스곡을 들고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서태지는 매번 색다른 음악을 들고 나오지만 그건 록이라는 하나의 장르 아래 변주되는 ‘서태지의 음악’으로 인식된다. 음식도 마찬가지로, 만드는 사람이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 의식하지 않아도 연관성이 생긴다. 음식을 제대로 하면서 메뉴를 만들어야 하는데, 메뉴를 먼저 생각하고 음식을 만드니까 오락가락하는 거다.

“입으로 느끼는 것은 30%뿐, 나머지 70%에서 승부가 갈린다.”
안경두: 메뉴에 따라서 다르다고 할 수 있겠다. 만약 갈비나 삼겹살, 떡볶이처럼 모두가 아는 음식이라면 맛 이외의 것들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독특한 장식이나 식기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익숙한 맛에서 차이를 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맛이 60%고 나머지가 40%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레스토랑의 경우에도 비주얼이 좋다는 평가를 듣곤 하는데, 사실 식재료나 조리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새로운 비주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결국 레스토랑은 맛에 집중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장사가 안되는 집을 관찰하면, 장사가 안될 때를 대비할 수 있다.”
김혜준: 이건 전문가가 아니어도 느낄 수 있다. 수저통이 더럽거나 신선하지 않은 재료가 매장에 지저분하게 나와 있기도 하고, 무엇보다 홀의 분위기라는 게 있다. 잘되는 집은 첫인사부터 느낌이 다르다. 만약 고객이 들어갔는데 사장이나 종업원들이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인사하거나 말없이 주방으로 들어가 버린다면 음식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잘되고 싶다면 정반대로 하면 된다.

“장사를 접을지 말지 결정하는 기준은 재방문율이다.”
안경두: 백반처럼 매일 먹는 음식의 경우에는 재방문율이 중요하다. 하지만 랍스터처럼 이벤트성 음식의 경우 재방문율만으로 따질 수는 없다. 결국 어떤 음식을 다루느냐에 따라 다른데, 만일 새롭고 독창적인 메뉴로 승부를 하는 레스토랑이라면 재방문하는 고객보다 특별한 경험을 위해 처음 방문하는 고객이 더 많을 수도 있다.

“매일 만드는 메뉴지만 셰프조차도 군침을 삼킬 수 있어야만 성공한다.”
채낙영: 정말 그렇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 입에 맛이 없으면, 그건 절대 팔 수 없는 음식이다. 물론 매일 똑같은 음식을 한 접시씩 먹을 수는 없지만 간을 보고 맛이 있는지 없는지, 전날과 다르다면 무엇 때문에 다른지 바로 답이 나와야 한다.

“음식이 적은 듯해야 만족감이 높다.”
박준우: 음식 특성에 따라 다르다. 아귀찜은 푸짐하게 담아줘야겠지만 이탈리안이나 프렌치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다. 음식은 마지막 한 스푼까지 질리지 않도록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파스타 같은 걸 산처럼 쌓아주면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요리책을 읽지 말고 사진만 보라.”
이준: 사실 나는 요리책 자체를 별로 보지 않지만, 보더라도 사진만 본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요리책의 레시피 자체가 완벽하게 표준화되지 않았을뿐더러,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그대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리책을 보고 음식을 만들다 보면 자신의 요리가 아닌, 남의 요리를 하게 된다. 문득 느낀 건데, 사람들이 음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장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자꾸 비법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이 방송에 나오는 비법들은 사실상 요리를 진지하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다.

“개업 초기 지인 특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준우: 맞는 말이다. 나는 처음 디저트 카페를 할 때 지인들에게 주소도 알려주지 않았다. 아무래도 사람은 자기가 아는 사람에게 더 정성을 쏟기 마련이다. 손님들도 당연히 그걸 느낄 거다. 나는 “문 여는 날 오지 말고 나중에 망해갈 때 와달라”고 부탁했다. 그게 훨씬 도움이 된다.

“손님들의 말에 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채낙영: 자기 음식의 기본적인 맛을 알아야 한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누구는 짜다고 하고, 누구는 싱겁다고 한다. 거기에 맞추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솔직히 나는 70%만 만족시켜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요식업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성이다.”
박준우: 장사를 잘하고 싶다면 당연히 사업성이 높은 업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다면 재미를 추구하면 되고, 잘하는 것을 선택했다면 자기만족을 추구하면 된다. 다만 자기가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어야겠지. 월세도 못내는데 좋아하는 것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결국은 성향이다.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망해도 사업성을 보고 하지는 못한다. 생긴 대로 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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