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시장 역대급 랠리에도 통화가치 하락 '왜'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 2017.10.23 14:50

신흥국 캐리 트레이드 감소 등 요인…유로 절상 때문 분석도


올해는 신흥국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이 모두 최고의 동반 랠리를 펼친 해였다. 신흥국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 신흥국 통화가치도 상승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실질실효환율’ 기준 통화가치는 오히려 떨어졌다. 왜 그럴까.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는 모든 신흥국 시장에 환상적인 해였다. 연초대비 주식이 30% 급등했고 미 달러 등 경화(硬貨, 하드커런시) 표시 채권과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가격이 각각 9.2%, 9% 뛰었다. 세계적인 위험자산 강세 속에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가 꾸준히 이뤄지면서다.

그러나 환율은 예외다. 올해 달러가 워낙 가파르게 하락한 만큼 달러 대비 명목 신흥국 통화가치는 올해 5.4% 올랐다. 하지만 실질실효환율 기준 신흥국 통화가치는 오르지 않았다. FT에 따르면 37개 신흥국의 실질실효환율을 나타내는 지수가 올해 0.5% 하락했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 상대국의 환율을 교역량으로 가중평균한 다음 물가변동도 고려해 산출하는 환율이다. 명목 환율보다 실질적으로 한 국가의 경제력을 더 정확히 반영한다. 이런 점에서 루이스 코스타 씨티 신흥국 통화·신용 투자전략가는 실질실효환율 기준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이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바제와 바누 UBS 신흥국 통화전략가도 “이론상 올해 모든 면이 신흥국 통화 절상 요소였다”며 “5년 내 세계 교역이 가장 강력하게 반등했고 세계 금리가 여전히 낮았음에도 놀랍도록 신흥국 통화가치에 변화가 없다”고 의아해 했다.

우선 일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절상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인도, 태국, 러시아,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이다.

다음으로 신흥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성 증가율 둔화는 통화가치 하락 요인이다. 교역량 기준 세계 수출량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년간 늘어나다가 최근 3년간은 정체된 게 이를 드러낸다.

또 다른 요소는 2015년 이후 신흥국 통화를 활용한 ‘캐리 트레이드’가 줄었다는 점이다. 캐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빌린 뒤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거래로 선진국의 초저금리가 계속되며 성행했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경제성장률 차이가 줄었다는 점도 이 현상의 원인일 수 있다. 바제와 투자전략가는 올해 중국을 제외하면 신흥국과 선진국의 성장률 차이가 1.5%포인트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질실효환율 기준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이 신흥국의 자체적인 요인 보다는 유로 강세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유로는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 개선과 정치적 안정 등을 배경으로 빠르게 절상됐다. 실제로 명목 환율 기준으로도 신흥국 통화 가치가 유로 대비로는 6.2% 하락했다.

찰스 로버트슨 르네상스 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근본적으론 신흥국 경제성장률이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이 원인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신흥국 경제성장률이 더 가팔라지면서 자본이 더 많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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