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기차' 기술로 자율주행 '메카'된 스웨덴

머니투데이 예테보리(스웨덴)=최석환 기자 | 2017.10.24 05:30

[4차(車) 산업혁명 심장부를 가다]③-1 스웨덴...볼보트럭 '플래투닝' 앞세워 자율주행 선도

편집자주 |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기술 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성장 동력 찾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글로벌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입니다. 실제 전문가들은 2020~2030년 이후 자율주행차가 빠르게 성장해 2040~2050년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7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4차(車) 산업혁명의 최첨단 기술 연구개발 센터가 밀집해있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독일, 스웨덴, 한국 등을 돌며 미래 자동차 기술 개발 동향과 성장 해법을 5회에 걸쳐 모색합니다. '4차(車) 산업혁명'은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이 처음 제시한 '4차 산업혁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자동차에서 파생된 4가지 산업혁명인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인더스트리 4.0', '부품혁명' 등을 의미합니다.

스웨덴 '예테보리(고텐버그)'에 위치한 볼보트럭 캠퍼스(본사) 내 연구소 차량 보관소에서 '플래투닝' 체험을 위해 출발 대기 중인 'FH500' 트랙터/사진=예테보리(스웨덴)=최석환 기자

#운전대 앞 계기판에 앞차와 무선 네크워크(와이파이)로 연결됐다는 표시를 확인하자 운전자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다. 이제부터 앞차가 움직이는 대로 운행이 이뤄지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작동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였다. 자율주행 허가와 관련된 특별법규만 아니었다면 '핸들에서 손을 뗀 운행(No hand)'도 가능했을 것이란 설명이 돌아왔다.

순간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승용차도 아닌 총중량 30~40톤에 달하는 거대한 '트럭' 안에 앉아 있다는 상황을 인지하자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하지만 곧 운행 시스템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서 뒷차(시승차)는 앞차의 궤적을 따라 로봇처럼 움직였다.

그렇게 스웨덴 '예테보리(고텐버그)'에 위치한 볼보트럭 캠퍼스(본사) 내 연구소 차량 보관소에서 출발해 북쪽인 노르웨이 오슬로 방향으로 뻗어있는 고속도로를 편도로 40분 가량 달렸다. 왕복 2시간여. 한국 기자로는 가장 긴 거리를 다녀온 볼보트럭의 '플래투닝(Platooning·군집주행)' 체험이었다.
앞 차와 플래투닝 시스템이 연결됐다는 내용이 표시된 계기판/사진=예테보리(스웨덴)=최석환 기자

트럭 '플래투닝'은 볼보트럭의 고향 '예테보리'를 상용차 자율주행의 '메카'로 자리매김해준 기술이다. 여러 대의 트럭을 무선 네트워크로 묶어 선두에 있는 트럭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 뒤따라오는 트럭이 1초의 간격을 두고 함께 주행하는 시스템이다.

핸들링과 가속, 감속, 제동 등 모든 주행 상황을 맨 앞에 선 트럭이 제어하며 전체 트럭들이 마치 기차처럼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후미의 트럭들은 레이더와 카메라를 통해 앞에 있는 트럭으로부터 정보를 수신한다.

◇'EU 프로젝트' 참여로 '플래투닝' 탄생..업그레이드 진행 중
'플래투닝'의 연원을 찾아가면 2009년에 이른다. 당시 볼보트럭은 ‘교통환경을 위한 안전한 로드 트레인(SARTRE)'이라는 유럽연합(EU) 프로젝트에 참여, 3년간 약 80억원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 도로 위에 구축된 각종 인프라를 바꾸지 않으면서 운전 시 중요하게 고려되는 환경과 안전, 운전 편의성 등을 전략적·기술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계획된 것이다.
플래투닝 시스템에 따라 자율주행으로 앞 차를 따라가고 있는 트럭/사진=예테보리(스웨덴)=최석환 기자

볼보트럭은 2012년 첫 시연에서 자사 'FH트럭'을 선두에 세우고 또 다른 볼보트럭 1대와 승용차 3대를 후미에 붙인 뒤 일정한 거리를 두고 무인 운행할 수 있는 '로드 트레인'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것이 '플래투닝'의 초기 모습이었다.

이현철 볼보트럭 마케팅부장은 "3년 동안 차량간 통신과 근접한 차량을 통제할 수 있는 센서 개발, 선·후행 차량간 전송 정보 내용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한 결과"라며 "가속과 제동, 회전 등 운전환경의 변화가 인간의 반응이 아니라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져 안전이 더욱 강화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플래투닝 시스템이 작동되자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운전자/사진=예테보리(스웨덴)=최석환 기자

볼보트럭은 이후 차량자세제어 장치를 비롯해 차선이탈방지 장치, 운전자경계 장치, 차선변경보조 장치 및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정속 주행하는 장치) 등 다양한 첨단 안전장치를 탑재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왔다.

특히 선두 트럭의 경우 음주 시 시동이 걸리지 않은 '알코올락(Alcolock)'과 볼보가 현재 생산하고 있는 능동·수동 안전 시스템을 모두 장착해 안전성을 더욱 극대화했다.

칼 요한 암키스트 안전 총괄본부장(이사)은 “안전은 (트럭) 자동화 기술의 기초로 안전을 기본으로 하지 않으면 자율주행 차량은 절대 나올 수 없다"며 "이것이 안전시스템을 꾸준히 개선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럭) 자동화 기술처럼 잠재적으로 업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미래 기술을 개발할 때도 다양한 형태의 운전 방해 요인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라며 "그간 이미 개발한 시스템들도 앞으로 더 좋은 센서나 최신 카메라, 프로그래밍 개선을 통해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래투닝' 시스템을 활용해 스웨덴 볼리덴 광산에서 운행 중인 무인 자율주행 덤프트럭/사진제공=볼보트럭

◇광산 개발·쓰레기 수거·사탕수수 수확까지..앞당긴 자율주행의 미래
볼보트럭은 이런 '플래투닝'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의 미래를 실제 생활 속에서 구현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게 스웨덴의 볼리덴 광산이다. 볼보트럭은 'FMX' 모델 기반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 덤프트럭을 거친 작업 환경에 노출돼있는 이 광산에서 운영 중이다.


일반적으로 지하 1300미터(m)에서 발파 작업을 한 직후엔 인부들이 접근하기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모든 덤프트럭들은 작업 재개 상황까지 대기해야 한다. 하지만 무인 주행이 가능 볼보의 무인 자율주행 트럭들은 발파 작업 직후에도 투입이 가능해 생산성 증대와 안전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된다.

실제로 광산 관계자의 검증 결과에 따르면 이 광산의 생산성은 무인 자율주행 트럭 투입 후 2배 이상 향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플래투닝' 체험 때 직접 운전을 해준 하이더 워킬 자동화·자율주행 부문 총괄 본부장(이사)은 "이는 제한된 지역 내에서 운전자가 필요없는 완전 자동화의 한가지 사례"라며 "광산 측에선 2035년까지 모든 덤프트럭을 무인트럭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플래투닝' 시스템을 활용해 스웨덴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수거중인 자율주행 트럭/사진제공=볼보트럭

스웨덴 주택가의 쓰레기 수거와 브라질 사탕수수 수확에 쓰이고 있는 자율주행 트럭도 주목할 만하다.

볼보트럭은 스웨덴의 재활용회사 레노바와 협업으로 쓰레기 수거용 차량으로 자율주행 트럭을 배치해 운영 중이다. 기존 트럭은 후진하면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고 있어 많은 사고 발생의 위험에 직면해있다. 자율주행 트럭의 경우 운전자를 따라 후진하기 때문에 생산성과 안정성 모두 높여주고 있다.

사탕수수 수확도 자율주행 기술이 수익성에 기여하는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엔 사탕수수를 나르는 트럭들로 인해 상당량의 수확물 피해를 감수해야 했지만, 자율주행 트럭이 사용되면서 이런 걱정이 사라졌다. '플래투닝' 기술을 활용해 트럭이 수확용 트랙터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함으로써 버려지는 사탕수수가 그만큼 줄일 수 있어서다.

사스코 큐그레브 고객 솔루션·신개념 담당 본부장(이사)은 "브라질 농장은 일꾼들이 운행하는 작업 차량이 사탕수수를 밟고 지나가는 탓에 수확량에 상당한 손실을 봐왔다"며 "볼보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가 미리 정해진 라인을 따라 주행하면 사탕수수를 망가뜨리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의 한 농장에서 플래투닝' 시스템을 활용해 사탕수수를 수확 중인 자율주행 트럭/사진제공=볼보트럭

◇도로 위 자율주행도 집중...'플래투닝' 연비 효과 주목
제한된 공간이 아닌 도로 위 '자율주행'도 볼보트럭이 전략적으로 집중하는 분야다.

큐그레브 이사는 "교통 시스템이 덜 복잡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제한된 구역에서 먼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자동화가 빠르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제한된 구역의 경우 규제나 제한을 받지 않는 사유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이같은 이유로) 공공 도로에서의 자율주행 구현은 훨씬 더 복잡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볼보트럭은 도로 주행 시 '플래투닝'의 가장 큰 장점으로 연비 향상을 내세우고 있다.

트럭이 밀집할수록 뒤따라오는 차량은 공기의 저항을 비교적 적게 받기 때문에 연비 효율성이 향상된다. 공기 저항으로 소비되는 연료는 전체 소비량의 약 25%를 차지하는데 군집주행을 하면 최대 15%까지 이를 줄일 수 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감소하게 된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아울러 군집주행은 트럭간 간격을 효율화해 도로 혼잡도를 최소화하고 이동시간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운전자 행동이나 피로에 따른 사고도 줄여준다.

앤더스 켈스트롬 플래투닝 프로젝트 매니저는 "플래투닝 기술은 연비 향상과 배출가스 감소, 도로 정체 완화 등의 장점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하루빨리 상용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인프라와 안전 기준 등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카엘 칼슨 생산성·신개념 부문 부사장은 "새로운 종류의 (트럭) 자동화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며 "주행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관련 기술을 도입 중이고 이는 생산성 향상의 주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플래투닝' 체험을 위해 운행에 나선 'FH500' 트랙터 2대/사진=예테보리(스웨덴)=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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