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이주 80년 '모스크바 루비얀캬 4.8번지'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17.10.22 16:35

[따끈따끈 새책]공영희 소설집, 1860년대~ 1937년 스탈린 시대, 한반도와 러시아 유민들 다뤄

동토의 땅으로 주로 그려져왔던 러시아에 인간의 열정과 감성을 녹여온 공영희 작가가 소설집 '모스크바 루비얀카 4.8번지'를 냈다.

표제작인 중편소설 '루비얀카 4.8번지'에는 한반도에서 만주와 중앙아시아로 떠돌던 우리 유민들의 삶과 그 후손들의 삶이 그려져 있는데 1860년대 후반부터 1937년 스탈린 시대, 한반도와 러시아가 배경이다.

다소 생경한 제목 ‘루비얀카 4.8번지’는 이 소설의 숨은 주인공인 ‘장 막심’이 죽은 감옥으로 고통과 극복의 대상지다. 이주민들이 옮겨간 땅으로 연해주와 강제이주지인 중앙아시아를 표상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37년은 구 러시아인 소련 국민들에게는 ‘혁명 20주년’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 발표된 열광의 해였지만 또다른 이들에게는 불행의 해였다.

통치자인 스탈린이 1937년에 야심차게 시행한 고려인 이주정책은 연해주에서 부지런하고 성실한 삶을 살았던 이들을 하루아침에 들어본 적도 알지도 못 하는 곳으로 내몰았다. 그것도 짐짝처럼 실려 한달이 넘는 긴 시간을 달려야 하는 곳이었다.

공영희 작가는 “한인 이주 정책을 되새길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못 해 시려왔다”며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발탁당한 채 죽지 못해 살았지만 또다시 강인하게 일어서는 기적을 소설로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영희 소설가는 전주여고 재학 중이던 1971년 경희대 주최 전국문예콩쿠르 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또 그는 단편 ‘밧줄’로 ‘시대문학’ 신인상을 수상하고 ‘현대문학’ ‘월간문학’ 등을 통해 작품을 발표하던 중 주변의 시선을 뒤로 하고 92년 초등학생인 어린 딸 둘을 데리고 러시아 모스크바로 떠나 자녀들을 예술가로 키워냈다.

모스크바 체류 16년, 그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그는 모스크바 한인신문에 간간히 작품을 발표하는 등 소설가로서의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섬에서 만난 아이'로 ‘해외문학상’과 중국 연변 소설가학회 주최 ‘두만강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소설집 '모스크바의 연인들', 장편소설 '모스크바, 1957년 서곡'이 있다.


◇모스크바 루비얀카 4.8번지=공영희 지음. 인간과 문학사 펴냄. 280쪽/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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