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촛불, 정치 잘못하면 언제든 저항"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 2017.10.23 04:08

[the300][촛불 1년]"단기적으론 정권교체 성과, 장기적으론 정치권에 대한 경고"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제공=이현우 교수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약 1700만명의 촛불집회 참가자 중 2588명의 목소리를 설문조사와 현장면접을 통해 직접 들었다. 분석 후 그가 내린 결론은 "촛불집회는 '전문 시위꾼'이 아닌 '평범한 시민'이 이끌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같은 대학 이지호 공공정책대학원 대우교수, 서복경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와 함께 '탄핵 광장의 안과 밖: 촛불민심 경험분석'을 지난 7월 펴냈다. 촛불집회 후 1년을 맞은 지금, 적잖은 참가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던 그는 어떤 생각일까.

이 교수는 22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인터뷰에서 "'촛불'은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이 언제든 저항할 수 있다는 경고"라고 정의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통해 단기적으론 정권교체가 이뤄졌지만 장기적으론 정치가 제 역할을 못하면 언제든 국민이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이 교수는 촛불집회를 "국민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된 계기"라고 평가했다.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냉소에 빠지지 않고 정치적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판단했다. 그 배경으로 그는 미디어의 발달을 통핸 정보교환 방식의 다양화가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교수는 참여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직접민주주의는 '선'이고, 국회는 '구태'로 보는 시선을 경계한 것이다. 이 교수는 촛불집회의 의미를 '아전인수'(제 논에 물대기) 격으로 포장하는 정치권의 태도도 경계했다. 그는 "국민들은 박근혜정권의 정치적 도덕성 붕괴에 분노했지, 어떤 정당이 더 옳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촛불 이후 1년,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남겼나.
▶국민들이 정치적 자신감을 얻으면서 주인의식이 커졌다. 정권교체라는 결과를 보면서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냉소를 거두고 방관자적 입장에서 벗어났다.



-주인의식이 높아진 배경엔 어떤 것이 있었을까.

▶미디어의 발달로 사회·정치에 대한 정보를 다양하게 얻을 수 있게 됐다. 가치관도 다양해졌다. 이를 통해 시민사회 자체의 목소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그런 차원에서 전세계적으로 '항의 정치'(Protest Politics)가 목격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국회에 대한 불신 등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참여민주주의가 대체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들의 입장이 활발히 표출되는 참여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의 보완재다. 국민들도 직접민주주의가 선이고 지금까지의 국회 대의제는 구태나 적폐인 것처럼 봐선 안된다.

-정치권은 촛불의 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촛불집회의 성격은 박근혜정권의 정치적 도덕성 추락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었다. 이전 촛불집회와는 달리 정치적 당파성이 없는, 정치권이 배제된 국민참여다. 권력을 사적소유로 전락시킨 박근혜정권뿐만 아니라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당시 야당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음을 반성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국민이 언제든 저항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교수는 서강대를 나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박사)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현재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동 대학 현대정치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표심의 역습', '좋은 정부의 제도와 과정' 등의 책을 대표 집필했다.



지난 3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20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모습. /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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