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유통산업발전법' 이름을 바꿔라

머니투데이 채원배 산업2부장 | 2017.10.20 04:50
'뭐 이딴 법이 발의되는지..' 복합쇼핑몰의 의무 휴업 등이 담긴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됐다는 뉴스에 한 네티즌이 단 댓글이다.

네티즌의 지적대로 이쯤되면 이 법의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유통산업 발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입법 취지에 유통업의 진흥과 발전, 소비자 보호 등이 명시돼 있지만 정치권과 정부가 이 법을 손댈 때마다 규제의 덧칠이 더해지고, 소비자 보호와는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내일은 또 어떤 규제가 가해질지 걱정이다"는 유통업체 관계자들의 우려처럼 이 법은 '유통규제법'이 돼 가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이번 개정안을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우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의 매월 2회 의무 휴업, 기존 골목상권의 '상업보호지역 지정' 등을 골자로 하고 있어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중 하나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개정안에 담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복합쇼핑몰의 의무 휴업을 도입하고 출점을 제한한다고 해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규제의 역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지정된 지 5년이 지났지만 골목상권이 살아나기는 커녕 오히려 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대세는 이미 온라인과 모바일로 기울었다는 게 유통업계의 목소리다. 대형마트 규제 도입에 앞장섰던 오호석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도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을 살리기보다 소비자 불편만 초래했다"며 "실익은 '휴일없는' 온라인 업체들이 다 가져갔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온라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1% 늘었지만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오프라인 유통업체중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각각 0.8%, 4.7% 줄었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은 물론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이전만큼 찾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통 규제를 강화해 골목상권을 살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난센스다.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는 전통시장과 영세 상인을 살리지도 못하고, 일자리 감소와 내수만 죽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업종별 산업규모 대비 취업자 수는 도소매서비스업(유통업)이 10억원당 26.9명으로 전기전자 5.3명, 건설 18.9명을 크게 상회했다. 쇼핑몰에서 1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면 27명의 취업자가 생긴다는 의미로, 유통업의 고용창출효과가 전기전자 업종의 4~5배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유통산업을 키우지는 못할 망정 규제의 덧칠만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내수 진작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유통은 이름대로 흐르고 통해야 한다.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고 통하지 않게 하면 죽을 수 밖에 없다. 당정은 이번 개정안을 시행하기에 앞서 늦었지만 유통기업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대기업 규제만이 답이라는 근시안적 생각에서 벗어나 대형유통업체와 골목상권이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은 결국 모두를 추락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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