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이주열 "금융완화 정도 줄여나갈 경기 여건 성숙됐다"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 2017.10.19 12:56

10월 금통위 기자간담회 "올해 성장률 3.0%, 물가상승률 2.0% 예상… 이일형 금통위원 '0.25%P 인상' 소수의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 정책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10.19/사진=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와 물가 흐름을 보면 금융 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년 성장률은 3.0%, 물가상승률은 2.0%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그는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성장과 물가 흐름이 기조적일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조금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금통위에선 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소수의견'이 나왔다. 이 총재는 "이번 1.25% 기준금리 동결에 이일형 금통위원이 기준금리 수준을 지금보다 0.25%포인트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10월 금통위 기자회견 일문일답.

-성장률을 또 다시 상향 조정했다. 향후 경기, 물가 전망을 고려했을 때 금리인상에 부합하는 여건이 형성된 것으로 판단하나.
▶올해 성장률을 3.0%로 높였고 물가도 우리 목표 수준에 부합하는 2%로 예상하고 있다. 수개월 전 이야기했든 금융완화 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 정도 성숙돼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해 있기 때문에 저희가 본 이 같은 성장과 물가 흐름이 계속 기조적일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은 향후 금리 인상 시점과 연속성을 궁금해하고 있다. 미국처럼 장기금리 목표 수준을 정해 놓고 인상할 수 있는 상황인가.
▶미 연준도 장기금리 수준에 대해 목표를 정해놓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다른 것은 FOMC(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이 각자 정책금리를 전망하고 소위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이를 공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FOMC 위원들이 보는 정책금리 전망치는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보면 미 연준도 통화정책을 그때그때 금융, 경제상황 변화에 맞춰서 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도 통화정책을 장기적 정책금리 목표를 정해놓고 운영한다기보다는 거시경제와 금융안정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서 결정하고 있다

-기재부는 최근 "내수가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한은의 내수 평가 차이에 대한 생각은.
▶기재부가 그린북에서 내수가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은 주로 8월 산업활동동향에 근거해 판단한 것이다. 8월을 보면 기상 여건 악화와 그간 높았던 설비투자가 조정기를 거쳤다. 그렇지만 한은 조사국에서 모니터링한 결과 설비투자가 7, 8월 주춤했지만 9월 들어 IT 투자 확대에 힙입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추석연휴가 있었으나 소비도 확대된 것으로 판단한다. 종합해 보면 내수는 완만하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은의 금리인상에 따른 원화 강세 기대감으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로 급격히 유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도 현재 시장의 예상에 의하면 12월중 금리인상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같이 감안해 내외금리차를 생각해야 될 것이다. 더욱이 외국인 자금 유출입은 내외금리차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사정과 각국의 물가와 경기 상황, 통화정책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이 움직이는 것에 대한 생각은.
▶9월 하순 이후 장기 시장금리가 큰 폭 상승한 것을 염두에 둔 질문 같다. 시장금리는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외에도 경기와 물가 전망, 내외금리차, 시장 자금수급사정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최근 금리가 큰 폭올랐지만 이를 분석해보면 북한 리스크가 여전히 잠재해 있고 9월 하순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물, 선물 채권을 대규모로 매도함에 따라 채권시장 투자심리가 위축된 점, 또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경계감이 부각된 점도 금리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경제적 영향이 악화될 여지가 있다고 보나.
▶사실상 사드 배치와 관련된 한중 관계 향방을 저희가 판단하는데는 한계가 있어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다만 금년 중 사드 갈등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예상보다는 상당히 컸다고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점점 하반기로 갈 수록 기저효과 등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부정적 영향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기대한다.

-단기물 금리가 최근 많이 올랐다. 일각에선 한은이 한번 정도 금리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단기물 금리 움직임이 통화완화 기조를 이어간다는 현재 한은 기조와 부합한다고 보나.

▶시장금리는 국내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도 있지만 여러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최근 시장금리 움직임엔 국내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가 일부 반영돼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 시장금리가 한은 통화정책 기조와 부합되는지 여부를 이 자리에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가 제시한 3% 성장경로가 올해와 내년에 유지될 수 있다고 보나. 하방요인은 무엇이 있나.
▶올해 성장률을 3%, 내년 2.9%로 예상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내 경제는 금년과 내년 잠재성장률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여기에는 상하방 리스크가 다 있다. 기재부가 밝힌 3% 성장 경로 전망이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 경로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그 점에는 기재부와 한은이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외국인 증권자금이 두 달 연속 순유출됐다. 앞으로 지속 여부는 어떻게 보나.
▶8월 이후 북한 리스크가 증대되면서 외국인 증권자금이 상당규모 유출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10월 들어서는 주식자금이 큰 폭으로 유입되는 등 안정세를 보였고 채권 자금도 9월 중 일부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가 있었지만 10월들어 대부분 다시 재투자 되는 등 유출세가 크게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북한 리스크가 자금 유출에 영향을 끼쳤듯 이에 대한 경계감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앞으로 북한 리스크의 전개 상황에 유의해서 외국인 투자자금 흐름을 주의깊게 지켜보도록 하겠다.

-한은은 최근 고용시장의 양적, 질적 개선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노동시장은 수출 호조에 힘 입어 제조업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반면 서비스업은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부진하고 건설업 취업자도 기상여건의 영향을 받아 변동폭이 큰 양상이다. 결국 제조업 부분의 고용증대가 서비스업과 건설 부분 부진을 상쇄할 정도의 고용창출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고용의 질적 개선은 더 역점을 둬야할 상황이다.그렇지만 수출 호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정부가 내년부터 일자리 정책을 적극 펼 계획이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고용 사정이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비 IT 제조업의 생산 관련 전망은.
▶제조업 생산이 8월 부진하다고 지적하는데, 8월엔 설비투자, 기상여건 영향에 따라 내수가 주춤한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들어 9월 이후 다시 또 회복세가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

-성장률이 올해 3%, 내년 2.9%로 내년이 더 낮다면 경기순환 사이클 상 고점을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것인가.
▶성장률 3%, 2.9%를 가지고 사이클이 껶이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은 너무 이른 판단이다. 경기 사이클에 대한 판단은 시간을 갖고 분석해 볼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 사이클에 대한 판단은 유보토록 하겠다.

-향후 부동산, 건설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건설경기가 최근 3년간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내년엔 어느 정도 조정기를 예상한다. 기저효과에 따라 건설경기가 낮아진 것으로 보이겠지만 큰 침체 상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한중 통화스와프 연장이 지난 10일 합의된 후 기술 검토로 3일 정도 시간이 소요됐다는데 더 설명해달라.
▶그야말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다. 큰 원칙은 이미 합의됐고 발표할 때까지 소위 미세한 부분에 대한 협의였다. 아주 세부적인 것까지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전체 통화스와프 재연장 틀에서 보면 이 문제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2-3일 기간은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보면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볼 것"이라고 했다. 8월 결정문에서 '등을'이라고 했는데 변화가 있었다. 어떤 의미인가.
▶마지막 문장을 보면 "향후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는 표현이 추가되면서 '등도'라고 바꼈다. 가계부채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관심도는 그 전과 지금, 앞으로가 다 동일하다.

-한번 금리 인상을 하면 미국도 과거 한은도 기조적으로 몇 차례씩 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긴축 시작 전 중립금리까지의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나.
▶여러 경기, 물가 흐름이 완화정도를 줄여나갈 여건이 어느정도 성숙돼가고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 물가 흐름이 지속적이냐, 기조적이냐에 대한 판단이다. 이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나이키·아디다스 말고…" 펀러닝족 늘자 매출 대박 난 브랜드
  3. 3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4. 4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5. 5 "갑자기 분담금 9억 내라고?"…부산도 재개발 역대급 공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