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후분양제의 비용?

머니투데이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 2017.10.19 05:29
최근 국감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간한 보고서 ‘주거복지 향상을 위한 주택금융시스템 발전방안’의 내용이 논란이 됐다. 후분양제가 되면 아파트 분양가가 3~7% 오르고 공급량도 22% 줄어든다는 점이 논란이 된 것이다.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려던 것이다. 이는 후분양제 도입을 반대한 이들이 늘 주장한 것이어서 새로운 게 아니다. 특히 당사자인 민간건설사들은 후분양제 도입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2004년 노무현정부는 분양 허용 공정률 수준을 2007년 40%에서 2011년 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후분양제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택건설업체들의 자금조달 곤란 등의 문제로 2008년 사실상 무산됐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후분양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된 가운데 국감에서 국토부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을 중심으로 후분양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런 상태에서 HUG 보고서 내용을 두고 의원들 간에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여권 출신 야당의 한 중진의원은 “후분양제 흔들기”라고 강력히 반발했지만 보수당 의원은 후분양제로 넘어가면 공급부족 등 심각한 주택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하면서 HUG보고서 내용을 지지했다.

그러나 보고서의 핵심 내용인 분양가 상승이나 공급량 축소에 대한 예측은 수긍은 하더라도 부풀린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가령 분양가가 7.8%까지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건설사들이 부담하는 최고 9.3%의 이자비용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금리는 기껏해야 3~4% 수준이어서 6%포인트까지 부풀려진 점이 지적되었다. 후분양제 도입으로 경쟁체제가 구축되면 이자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분양가에 쉽게 전가할 수 없다. 분양가 상승은 여러모로 부풀려진 것이 사실이다.

엄밀히 보면 선분양제 아래 건설사가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을 소비자가 이미 부담한다. 즉 계약금과 청약금으로 분양가의 20%, 중도금으로 분양가의 60%를 소비자가 선납부하는 게 그러하다. 다른 나라에선 건설사가 조달해야 할 건설자금의 80%를 소비자가 자기비용으로 대출을 일으켜 건설사에 돈을 공짜로 빌려준다는 뜻이다. 후분양제로 분양가 상승이 있다면 건설자가 빌리는 돈의 이자와 소비자가 빌리는 돈의 이자 차이 정도이겠지만 이는 미미하다. 뿐만 아니라 후분양제에서 건설사들이 PF를 일으키기 위해선 사업내용이 그만큼 탄탄해야 하는 데 공급가격을 낮추는 것이 그 핵심이다. 따라서 시장논리를 따르는 후분양제에선 가격 오름세보다 내림세가 대세다.


보고서에선 후분양제로 공급량이 22.2% 줄어드는 주된 이유로 신용등급 C 미만 업체들의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들었다. 이를 근거로 보수당 의원은 최악의 경우 시공순위 100위권 밖 중소기업들이 공급하는 물량의 76.3%가 줄어들 것이란 자료를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후분양제로 중소건설사들의 위험이 극대화하면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진단과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후분양제의 긍정성을 에둘러 인정하는 꼴이 된다.

후분양제 도입으로 건설사들의 경쟁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재정능력이 부실한 업체는 자동 퇴출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중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의 건전성이 회복되고 그럼 만큼 소비자는 저렴하고 질 좋은 주택이란 상품을 소비하게 된다. 새 제도 도입 과정에서 일부 중소건설사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후속정책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업의 건전성만 확실하다면 금융권이 오히려 역으로 (공동)투자자로 적극 나설 수 있어 자금조달이 다른 방식으로도 해결될 수 있다.

1977년 도입된 선분양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반시장적인 공급제도다. 후분양제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이루어지는 공급제도다. 언제까지 우리 건설사들은 제도 보호 속에서 선분양제란 반시장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할 것인가? 이번 HUG보고서도 후분양제 비용을 계산하기 전 선분양제에서 발생하는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을 더 엄밀히 분석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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