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도 어려운 ‘재건축 법’, 비리 부른다"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 2017.10.23 06:08

[건설적폐 재건축비리 ③-3]차흥권 재건축재개발법률문제연구소장 인터뷰

차흥권 재건축재개발법률문제연구소 소장(변호사) /사진제공=차흥권 소장
“관리처분계획이란 무슨 말일까요.”

차흥권 재건축재개발법률문제연구소 소장(변호사)이 던진 질문이다. 재건축(재개발 포함) 사업에서 관리처분계획이란 ‘분양될 주택 등의 권리배분 계획’을 뜻하는데 용어만 보고서는 법조인들조차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도시정비법 전반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해당 법을 연구해온 차 소장은 “기준이 되는 재건축 법 자체가 어려우니 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이 스스로 비리를 막기가 쉽지 않다"며 "검찰이나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사업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 비리의 핵심을 못 짚을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관리처분계획을 ‘권리변동계획’으로 바꾸는 등 법령 전반의 용어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차 소장은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느냐, 누그러뜨리느냐에 따라 수없이 도시정비법을 고친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며 “정부 입맛에 따라 법을 자주 개정하는 건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2003년 탄생한 도시정비법은 현재까지 80여 차례 개정돼 '누더기법'으로 불린다.

차 소장은 도시정비법 전반의 규제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먼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 제도와 관련한 조항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목했다. 해당 제도는 자금력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조합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에게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업체 등록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는 얘기다.

도시정비법 제69조에 따르면 업체는 자본금 10억원(법인은 5억원) 이상, 전문가(건축사·감정평가사·법무사 등) 5인 이상을 상근인력으로 두기만 하면 사업을 할 수 있다. 업체가 난립하면서 상당수가 대형건설사들의 수족 혹은 비리 브로커로 변질됐다는 게 재건축 업계의 시각이다.


등록기준이 허술하니 문제를 일으킨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의 등록을 취소해도 업자는 회사 이름만 바꿔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차 소장은 설명했다.

또 사업 과정에서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조합 총회 관련 규제도 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 소장은 “지금은 총회 기본정보(회의목적·안건·일시 및 장소)를 7일 전에 통보하게 돼 있는데 우편도달 시간을 고려해 최소 2주 전에 통보되도록 고쳐야 한다”며 “1달 전에는 총회 안건들의 백 데이터(참고자료)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합장이 도장 한 번 찍으면 천문학적 금액이 왔다 갔다 하는 현실을 고려해 조합 의사 결정 과정을 둘러싼 통제장치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속칭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 조합 임원들을 넣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현재 조합 임원들은 공무원은 아니지만 뇌물 범죄 등에서 공무원에 준하는 벌을 받도록 돼 있다.

차 소장은 “규제를 강화하면 (민간) 자율성이 침해된다고 반발할 수 있지만 비리를 막아 사업비가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
  5. 5 "사람 안 바뀐다"…김호중 과거 불법도박·데이트폭력 재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