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국토부, 15년째 재건축 가이드라인 '방치'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 2017.10.23 06:03

[건설적폐 재건축비리 ③-1]<황당한 정부>관련법 80번 개정에도 '그대로'…"비리에 취약"

/그래픽=최헌정 디자이너
국토교통부가 약 15년째 재건축(재개발 포함) 사업의 가이드라인 격인 표준정관을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관련 법이 80여 차례 개정됐는데도 그에 맞춰 표준정관을 고치지 않았다.

사업을 추진하려는 주민들이 정부의 표준정관을 참고하면 오히려 법과 동떨어진 조합 정관을 만들게 된다는 얘기다. 국토부가 재건축 사업에 혼선을 주고 나아가 비리에 취약한 환경을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2003년 6월30일 '공정하고 투명한 재건축 조합 운영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재건축·재개발 표준정관을 각각 배포했다. 현행 도시정비법 제20조 제2항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관련 표준정관을 작성해 보급할 수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표준정관을 만들기만 하고 거의 관리하지 않았다. 도시정비법이 ‘누더기법’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80여 차례(2003년 6월말 이후)에 걸쳐 개정됐는데 재개발 표준정관은 현재까지 아무런 수정 없이 그대로다. 재건축 표준정관은 2006년 8월 1차례 개정했지만 그때뿐이었다.

현행법과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조합 임원의 임기 규정, 조합 정관 변경 조건 등 서로 다른 게 한둘이 아니다.

비리의 방패막이가 되기도 한다. 가령 조합임원 해임에서 표준정관에는 '직무유기·태만·관계법령 등 위반으로 조합에 부당한 손실을 초래한 경우'로 전제조건이 붙어 있지만 도시정비법에는 '조합원 10분의 1 이상 발의'만 있으면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비리 혐의가 있는 조합 임원이 표준정관을 근거로 삼아 "부당한 손실을 초래한 근거를 대라"며 버티는 사례가 수두룩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국토부는 "표준정관은 참고용일 뿐 조합이 현실에 맞게 변형해 사용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참고할 수 없을 정도로 국토부 표준정관 전반이 도시정비법과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국책연구기관), 한국도시정비협회(법정단체) 등 관련 단체가 수차례 표준정관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형사정책연구원은 2008년 연구보고서에서 "국토부는 표준정관을 방치하지 말고 실효성을 확보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SH공사 도시재생위원회 자문위원인 이인호 변호사(사법연수원 25기)는 "법과 맞지 않는 표준정관을 토대로 조합 정관을 만들게 되면 인가를 받지 못하는 등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 사업장에서는 표준정관대로 조합 정관을 만들었다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를 반려 당하기도 했다. 표준정관과 도시정비법을 두고 무엇이 맞는지 분쟁이 일어나거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비리가 싹틀 가능성이 높아진다. 혼란을 느낀 조합 관계자 등이 국토부에 표준정관 해석을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에 문의하라"는 답이 돌아오는 것으로 본지 취재결과 확인됐다.

국토부 표준정관 제정에 참여했던 김진수 건국대 행정대학원 도시및지역계획학과 교수는 “국토부에 표준정관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진단한다. 현재 재건축 정책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는 사무관 단 1명인데 그마저도 업무에 익숙해질 만하면 보직순환 제도에 따라 교체되고 있다.

김 교수는 "국토부는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보직순환 주기를 늘려야 한다"며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2003년 재건축 표준정관과 재개발 표준정관을 배포했지만(위) 현재 안내 링크를 클릭하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크롬 웹브라우저 기준)이라는 문구만 뜬다. /사진=국토부 홈페이지 캡처

표준정관을 찾아보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22일 현재 국토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통합검색에서 ‘재건축 표준정관’을 검색하면 2003년 당시 보도자료 내용이 노출되지만 안내된 ‘표준정관 자세히 보기’ 링크로 들어가면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메시지만 뜬다. 국토부는 개별 문의하는 시민들에게 전자우편으로 표준정관을 전송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2월 도시정비법 전면 개정에 맞춰 표준정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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