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자회사 SK에너지는 내년 초까지 미국산 원유 750만 배럴과 멕시코산 원유 150만배럴 등 총 900만배럴을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8월 계약한 미국산 원유 100만배럴에 이은 추가 도입 결정이다. 8월 계약분은 이달 중 국내에 들어온다.
미국산 원유 추가도입 결정의 배경은 현재 중동산에 편중된 수입선 다각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동산은 3% 관세가 적용되지만 미국산은 자유무역협정 적용을 받아 무관세"라며 "미국산은 중동산에 비해 유황 함량이 적은 경질유로 낮은 비용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산 두바이유보다 미국산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반영됐다. WTI 가격은 과거 두바이유보다 비쌌지만 지난해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에 합의하면서 역전됐다. 현재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55달러대이며 WTI는 51달러대다.
같은 배경에서 다른 국내 주요 정유사들도 미국산 원유를 도입하는 추세다. GS칼텍스는 지난해 말 미국산 원유 200만배럴을 도입했으며 올해 하반기에도 추가 도입을 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상반기 200만배럴을 들여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산 원유 도입이 미국 통상 압박과 관련된 정부와 업계의 대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정부가 미국 통상 압박에 대응해 정유업계가 미국산 원유 도입에 나서줄 것을 독려하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원유 생산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며 "국내 정유업계의 미국산 원유 도입 확대는 도입선 다변화 이상의 의미가 분명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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