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신약에 다국적사 국내에서 '약가굴욕'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7.10.17 04:55

말기 폐암치료제 '타그리소', '올리타'에 가로막혀 건보공단 협상 난항

타그리소정/사진제공=한국아스트라제네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3세대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의약품 관련 업종 종사자가 아닌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이 한미약품으로부터 사간 폐암 신약 올리타 기술을 지난해 9월 포기할 때 명분 중 하나가 바로 올리타에 앞서 개발된 타그리소였다. 타그리소가 시장을 선점하면 올리타로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한미약품에 쓰라린 경험을 안겨준 타그리소가 국내 보험급여를 위한 약가 협상에서 공단에 밀리고 있다.

◇'올리타' 벽에 부딪힌 타그리소 = 타그리소와 올리타는 모두 지난해 8월 보험급여 등재를 위한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하고 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진행해왔다. 올리타는 추석 직전 타결한 반면 타그리소는 지난 13일 협상이 결렬돼 20일 다시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협상 결렬 이유는 약가 입장차 때문. 아스트라제네카가 원하는 가격은 공단이 수용하겠다는 가격의 2배가 넘는다. 공단이 제시한 가격 기준은 올리타의 한 달 평균 약가 260만원 수준이다.

공단의 논리는 간단하다. 올리타라는 대체약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혁신신약이라도 특허기간이 끝나 제네릭이 출시되면 약가 할인에 들어가는데 올리타라는 또 다른 신약이 경쟁력 있는 가격에 나와 있다.

한미약품 올리타는 베링거인겔하임과 계약이 틀어져 글로벌 임상 3상 시기가 늦어졌지만 국내에선 임상을 모두 끝내 시판이 가능했다. 타그리소가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에서 올리타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시장철수', 고전적 위협수단 등장 = 공단은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 앞에만 서면 유난히 작아졌다. 대체약이 제대로 없을 땐 속수무책이었다.


과거 BMS나 노바티스가 백혈병 치료제 스프라이셀, 글리벡 등 약가 협상에서 공단을 상대로 우위를 점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환자들이 나서 정부를 비판하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환자 생명을 볼모로 약가 협상에 임했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올리타정/사진제공=한미약품

심지어 제네릭이 있어도 환자 앞에서 정부는 작아져야 했다. 얼마 전 노바티스 리베이트 사건에서 원칙대로라면 글리벡은 급여정지 처분을 내려야 했지만 과징금 처분으로 갈음하기도 했다. 다수의 제네릭들이 있었음에도 약이 바뀌면 심리적 불안에 의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약가 협상에서 시장철수를 언급하며 공단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단은 '뜻이 그렇다면 말리지 않겠다'는 취지로 반격했다고 전해진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협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에 민·관 보조 필요 =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공단이 보다 강단있게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조병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타그리소 국내 철수설은 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것인데 휘둘려선 안된다"며 "말처럼 국내시장에서 철수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도 "타그리소가 철수하는 한이 있어도 올리타 약가 기준 원칙을 져버려서는 안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의지를 꺾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타그리소 사례는 국내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신약개발 필요성을 말해준다"며 "국책과제 지원이나 연구개발 과정에서 세제지원 등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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