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중국의 두 얼굴, 시진핑의 과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 2017.10.17 03:36
"시진핑 주석이 처음에는 인기가 있었죠. 부정부패 척결에 나서면서 인민들 마음을 후련하게 해줬으니까요. 하지만 요즘은 별로 그렇지도 않은 거 같아요. 국가는 세계 2위가 되었다고 하는데 국민들 생활은 최근 몇년새 별로 나아진게 없거든요. 나라가 부강해졌다고 아프리카 국가들에 거액을 원조하는 것을 보면 복장이 터지죠."

며칠 전 사석에서 알게 된 한 조선족 지인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중국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 국가 주석의 1인 지배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 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가 궁금해 던진 질문에 의외의 긴 대화가 이어졌다. 그는 약 30년 전 베이징으로 상경해 여행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조선족으로 한국어와 중국어를 모두 할 수 있다 보니 주 고객층이 한국 관광객들과 주재원들이다. 대화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넘어갔다.

"사드 피해는 말도 못하죠. 한국 단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곳은 이미 문을 닫은 곳이 많아요. 한중 교류가 활성화되고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조선족들에겐 많은 기회가 열렸었는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우리도 중국인이고 사드와 연관해 피해를 보는 다른 중국인들도 적지 않은데, 피해가 어떤지 어려움은 없는지 묻지도 않아요. 어디다 이야기할 곳도 없지요. 다른 나라 같으면 머리띠 두르고 길거리에라도 나갈텐데. 여기선 그렇게 하면 정신 나간 사람이 되죠"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와 언론들이 앞다퉈 시진핑 1기 5년의 치적을 홍보하는데 여념이 없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얘기였다. 사드 피해를 직접 보고 있는 당사자다 보니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고, 한 두명의 말만 듣고 전체를 판단할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날 얘기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은 것은 중국이 가진 구조적인 위험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개혁 개방의 성공으로 세계 경제의 리더로 부상한 중국이지만 정치, 사회적으로는 여전히 잘 통제된 사회다. 공산당 1당 체제(형식적인 소수정당들만 존재)이고 정치 지도자들도 당내에서 선출한 대표자들의 간접 선거로 뽑힌다. 정치 세력 간 물밑조율이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정치 지도자들도 국민 목소리에 관심을 쏟기 어렵다. 언론들도 사실상 정부 영향력하에 있다.


통제된 국가에서는 사회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성장할수록 양지와 음지의 괴리는 더 커진다. 베이징에서 생활하면서 이런 '괴리감'을 종종 느꼈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자 교역 규모 1위의 초강국이지만 한쪽에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넘쳐난다.

베이징 시내 곳곳 식당, 상점 앞에는 젊은 일꾼들이 항시 대기 중이다. 배달을 가는 이들이다. 중국에서 배달 음식이 유독 발달해 있는 것은 이런 값싼 인력들 덕분이다. 이들이 베이징의 살인적인 물가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실제로 베이징(126만원), 상하이(106만4000원) 등 중국 주요 도시의 월평균 임금은 아직 서울(383만3000원)의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그나마 1,2위 도시 기준이고 중국 전체 31개 성시로 확장하면 소득 격차는 더욱 커진다. 소득이 가장 낮은 구이저우성의 지난해 1인당 가처분소득은 1만5121위안(약 257만원)으로 상하이(5만4305위안, 약 923만원)의 28% 수준에 불과했다.

시 주석이 빈곤퇴치를 집권 2기 3대 과제로 정한 이유도 이런 중국의 '두 얼굴'과 무관치 않다. 통제된 사회의 틀 속에서 국익을 내세우며 계속 달려가고 있지만 영원히 이렇게 갈 순 없다. 중국의 두 얼굴, 이 격차를 어떻게 완화하고 치유해가느냐에 '중국 특색 사회주의' 미래, 시 주석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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