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협정 불인증에 우려 커져…이란 진출 기업도 긴장↑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 2017.10.15 17:44

트럼프, 이란 핵협정 인증 않고 의회로 공 넘겨…다국적 기업, 이란 투자 위축

14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에서 한 남성이 '미친 트럼프와 논리적 핵협정(JCPOA)'이라는 제목의 신문 기사를 읽고 있다. /AFPBBNews=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 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을 미국 의회와 동맹국들이 수정하지 않으면 파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이 핵무기 개발과 중동 극단주의단체를 계속 지원하는 만큼, 이란의 핵협정 준수를 인증하지 않겠다는 경고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재인증 불가 방침이 나오자 국내외에서 큰 반발이 일었다. 이란 특수를 기대하고 대규모 투자에 나섰던 기업들도 이란에 대한 제재가 다시 시작될지 바짝 긴장하고 있다.

◇ 국내외 반발 확대…힐러리 "유별난 대통령" 비판

협정 당사자인 7개국 중에서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협정의 수정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조차 그동안 핵협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미국을 압박해왔다.

러시아는 이날 외교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유감을 표명하고 "국제외교에 공격적 수사를 위한 자리는 없고, 그러한 방법은 실패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유감을 나타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결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15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합의를 잘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입증됐다"면서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위반 주장은) 미국을 우습게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이란 핵협정을 파기한다면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보내는 꼴"이라며 "미국의 신뢰 원칙을 뒤집는 유별난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유럽의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가 올해 1월 이란항공에 인도한 A321 여객기. /AFPBBNews=뉴스1
◇ 이란 경제제재 다시 시작될까 …이란 진출 기업들 긴장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파기 위협에 이란 특수를 꿈꾸던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에 진출한 대표 기업은 미국 항공기제작사 보잉이다. 보잉과 이란항공은 지난해 166억 달러(약 18조7000억 원) 규모의 여객기 80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의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도 이란에 비행기 100대(200억 달러 규모)를 판매하기로 계약했으며, 이미 3대 이란항공에 인도했다.


이란항공 측은 "미국의 핵협정 폐기에도 보잉과의 계약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CNBC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보잉의 여객기 판매 계약은 무사하다"고 전했다.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는 최근 트럼프의 이란 핵협정 폐기 발언 이후 이란 이동통신업체 '모바일 텔레커뮤니케이션스' 인수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란에서 연간 20만대 생산 설비를 구축한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는 15만대 규모의 추가 투자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란 석유산업에 진출한 에너지 기업도 문제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오일앤가스, 영국·네덜란드 합작기업 로얄더치쉘을 비롯해 이탈리아와 노르웨이 등의 글로벌 석유업체들이 이란의 유전·가스전 개발에 투자했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재인증 거부로 이란에 진출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사업을 계속할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이란 핵협정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 트럼프 "이란 핵협정 준수 안 해"…美 의회로 공 넘겨

이란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지난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이 체결한 이란 핵협정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으로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미국 역사상 최악의 협상 중 하나라고 비판했던 이란 핵협정의 파기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인증을 거부함으로써 공을 의회로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준수 불인증으로 미 의회는 60일 내 이란 제재를 재개할지, 협정을 수정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코커-카딘법(이란 핵합의 검증법안)에 따라 미 행정부가 이란의 핵 합의 준수 여부를 90일마다 인증해 의회에 제출하면 의회는 이를 근거로 이란 제재 연장 여부를 결정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성명에서 "이란은 핵협정을 계속 준수하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근거 없는 비방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란은 외세의 압력을 굴복하지 않았고,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과 핵 합의는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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