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살릴 수 있었던 13시간', 경찰의 기막힌 대응

머니투데이 김민중 기자 | 2017.10.13 18:33

중랑서 여청수사팀, 실종신고 접수하고 현장 안 나가…허위보고 의혹도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이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35)이 여중생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 피해자 어머니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초기 현장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매뉴얼(자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14세에 불과한 피해자의 특성을 감안해 매뉴얼대로만 대응했다면 여중생을 살릴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담당 수사팀은 상부에 “매뉴얼 대로 대응했다”고 허위보고를 한 의혹도 받는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은 지난달 30일 밤 11시20분쯤 피해자 A양(14) 어머니로부터 “A양이 집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실종 신고를 접수해 놓고도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경찰청이 만든 ‘실종·아동안전 업무 매뉴얼’의 ‘실종예방지침’을 보면 실종아동 신고가 들어오면 지역 경찰과 관할 경찰서 여청수사팀 등이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그러나 중랑서 여청수사팀 경찰관은 현장에 나오지 않았고 망우지구대 직원 2명만 신고접수 3분 뒤인 11시23분 현장에 도착해 A양 어머니와 면담했다. 이어 밤 11시45분 망우지구대로 A양 어머니를 데려와 추가 조사를 한 뒤 여청수사팀 직원 명함을 주며 돌려보냈다. 직접 담당 경찰관에게 연락해보라는 것이었다.

망우지구대 직원 등은 A양의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꺼진 망우사거리 부근을 20여분간 수색했다. 이때 매뉴얼상 관할서 여청수사팀은 수색을 총괄해야 했지만 현장에 나타나지도 않았기 때문에 수색에 관여할 수 없었다.

신고접수 3시간20여분이 지난 1일 오전 2시40분쯤 중랑서 여청수사팀 직원 2명은 뒤늦게 망우지구대에 나타났다. 그들은 이미 수색활동이 끝나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상봉파출소로 이동했다. 중랑서 관계자는 “1일 오전 0시쯤 가정폭력 사건이 들어와 조사를 하느라 늦게 출동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청수사팀은 현장 출동 자체를 하지 않았다. 더구나 가정폭력 사건이 들어온 시각은 A양 사건 신고가 접수된 지 40분이나 지난 시점이다.

인력이 모자랐다고 보기도 힘들다. 경찰이 추석 명절 특별치안활동을 펼치고 있던 때라 당시 수사팀에는 연휴 자정 무렵이었지만 직원 4명이 근무 중이었다. 일부가 가정폭력 사건을 맡았더라도 나머지 인력이 A양 실종 신고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의구심을 모은다.


중랑서 관계자는 “사건을 수사할 때 피의자가 도망가는 등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팀원 4명이 전부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다음 날까지 경찰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1일 새벽 4시 망우지구대에서 A양 어머니에게 전화해 “피해자에게 소식이 왔냐”고 물었다.

중랑서 여청수사팀은 1일 밤 9시가 돼서야 A양 어머니에게 전화해 ‘A양 어머니와 이영학 딸 이모양(14)이 전날 자정쯤 통화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때는 이미 A양이 이영학에게 살해당한 지 8시간30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초등학생 딸을 키우는 서울 거주 회사원 김모씨(45)는 이날 경찰 발표 보도를 접하고 “아이가 없어져 신고하는 부모는 보통 놀라서 경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필요한 정보는 경찰이 나서서 찾아야하는데 부모한테 떠넘긴 꼴”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실종 여학생의 관련 정보 파악에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도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중랑서 여청수사팀은 현장에 출동하지도 않았으면서 출동했다는 식으로 상부에 허위보고를 한 의혹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지방경찰청을 통해 ‘중랑서 여청수사팀이 현장에 출동해 수색활동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특별조사계는 사실확인에 나섰다. 중랑서 등을 상대로 내부 규정대로 업무처리를 했는지 살펴 문제가 확인되면 징계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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