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를 담아낸 패션 브랜드

머니투데이 홍준석 기타(계열사) 기자 | 2017.10.23 09:55

ONE-TWO PUNCH

풍자라는 잽과 풍요라는 스트레이트.

시대를 아우르는 명언들 중에서 지금까지 널리 쓰이는 대표적인 말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가 아닐까. 창조물의 가치를 논할 때 저작권을 제1의 요소로 꼽는 이 시대에 무슨 시대착오적인 생각인가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위를 돌아보면 현실이 그렇다. 예를 들어 서울 사대문 중 하나인 동대문 주변은 국내는 물론 해외를 통틀어 손에 꼽히는 거대 패션 시장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대형 쇼핑몰은 일몰과 동시에 상점의 셔터를 내리는 외국인들에게 컬처 쇼크를 선사한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명과 암은 언제나 공존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듯, 동대문 일대는 관광 명소보다 이미테이션, 이른바 ‘짝퉁 시장’으로 더 유명하다. 상인들은 단체로 최면이라도 걸린 듯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이것이 진품”이라고 외치고 더 나아가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속속 내놓는다. 브랜드 로고만 교묘히 바꾼 백은 애교에 불과하다. 최근 해외의 유명 온라인 패션 비즈니스 매체는 한국을 ‘카운터핏 컬처(Counterfeit Culture, 위조 문화)의 본고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이 때문에 브랜드들이 신규 매장 오픈을 미루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1 VETEMENTS



이는 비단 오프라인 시장의 문제만이 아니다. ‘손안의 세상’이라고 불리는 SNS에서도 모방 행위가 만연한다. 유명 블로거나 인스타그래머가 아무렇지 않게 이미테이션 제품을 판매하고, 자신은 이를 통해 창출된 수익으로 백화점 매장에서 명품 백을 구매하는 모습을 찍어 인증 사진을 올린다. 온갖 해시태그와 함께 ‘일상 포스팅’으로 둔갑한 이 사진은 동경과 부러움을 가리키는 수많은 ‘좋아요’와 고객을 유입한다. 유명세를 얻은 판매자가 ‘인플루언서’라는 신흥 마케터로 변신해 브랜드의 각종 행사에 초대되는 아이러니한 일까지 벌어진다. 가짜 명품을 팔아 얻은 유명세로 명품 브랜드 론칭 파티에 초대되는 모양을 보면 의아한 것이 물론이지만, 한편으로는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맞는가 싶기도 하다. 모방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막 해외 컬렉션에 소개된 옷이 출시 전 국내 아이돌 그룹의 무대 의상으로 교묘히 둔갑하는가 하면, 국내 연예인이 해외 경연 프로그램에서 국내 디자이너의 의상을 표절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를 씁쓸하게 만드는 모습들이다.

2,3,5 GUCCI




그런데 요즘 여러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이 무수한 모조품 에 대적하기 위해 묘수를 찾아냈다. 그동안 오마주라는 구색 좋은 방패를 사용해 창작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브랜드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던 행태에 브랜드들이 역습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이미테이션 시장과 더불어 패션을 대하는 잘못된 태도를 제대로 풍자하며 브랜드들이 선보인 새로운 컬렉션과 캠페인 얘기다. 옛말 그대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인 것이다. 가품 시장에서 수많은 카피캣을 탄생시킨 구찌는 오랫동안 브랜드를 괴롭히던 가짜와의 전쟁에서 제대로 한 방을 날리며 가짜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시즌 트러블 앤드루(Trouble Andrew)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탄생해 큰 인기를 끌었던 유령 캐릭터 모티브의 구찌 고스트 컬렉션이다. 구찌는 ‘구찌 고스트’라는 예명으로 구찌 이미테이션 제품을 만들며 활동하던 트러블 앤드루에게 따끔한 처벌 대신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했고 그 결과 유령 일러스트와 키치한 로고로 새롭게 등장한 컬렉션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찌는 그동안 브랜드 철자만 교묘하게 바꾸어 판매되던 티셔츠 제품들을 제대로 풍자해냈다. 2018년 리조트 컬렉션에서 ‘GUCCI’를 ‘GUCCY’로 바꾸어 선보인 미스 스펠링 컬렉션이 그 주인공이다. 그 외에도 ‘GUCCIFY’, ‘GUCCIFICATION’ 등 이미테이션 제품에서나 볼 법한 다양한 로고 패러디로 큰 호응을 얻었다.


4 BALENCIA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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