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새로운 통찰력, 고품질 경제연구로 지원”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7.10.13 04:30

[피플]저출산‧고령화 종합 보고서 총괄, 손욱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

“중앙은행이 경제연구를 하는 이유는 정책결정기구가 직면한 중요한 이슈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고품질 연구물이 통화정책 신뢰도를 높인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1년간 한국은행의 ‘저출산·고령화’ 분석 보고서 프로젝트를 총괄한 손욱 경제연구원장(사진)은 연구에 참여한 100여명의 직원과 외부 관계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은이 하나의 연구 주제에 이처럼 오랜 시간과 많은 인력을 투입한 전례가 없다. 이는 그만큼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에 한은이 주목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인구구조 고령화의 원인과 특징부터 이에 따른 성장률, 소비, 경상수지, 재정, 물가상승률 변화 등 15개 소주제 분석 결과를 하나로 묶었다. 손 원장이 직접 쓴 서론을 합쳐 7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초판으로 발행된 1000부는 정부 각 부처, 국회, 민간 연구기관 등에 배포했다.

손 원장은 “인구고령화가 우리 경제 위험요인이라는 점은 정부, 학계는 물론 외국 신용평가사도 지적하고 있다”며 “정부가 10여년 전부터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추진했지만 과연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계획인지 회의가 있었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보고서 주요 분석 결과를 보면 인구 고령화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20년 안에 ‘제로 성장’ 시대에 진입한다. 인구 4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 되고 세금 수입도 크게 줄어든다. 보건지출 증가로 2065년까지 매년 2조8000억원씩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이외에도 고령화에 따른 여러 경제적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

손 원장은 “지금의 기대수명과 출산율이 지속된다면 고령인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총인구는 줄어들 것”이라며 “보고서의 예측이 실제로 현실화되는지 계속해서 추적해 5년, 10년 주기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저출산 위기에 빠진 가장 중요한 이유를 묻자 “교육, 직업, 주거 조건이 충족될 때까지 혼인을 미루는 현상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청년에 좋은 일자리를 공급하고 교육비와 주거비 지출을 줄이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 원장은 “통화정책 파급 시차는 1~2년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저출산·고령화 정책은 이보다 훨씬 길다”며 “정부가 단기 성과에 급급하기 보다 긴 정책 시계에서 지속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정책 타이밍을 놓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 세대인 20~30대가 출산 적령기인 향후 10년이 저출산 대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손 원장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을 수 있지만, 아이는 낳을 수 없다(Central banks can print money, but cenrtal banks can not print babies)’는 표현을 인용하면서, “중앙은행이 저출산·고령화를 해결할 수 없지만, 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책 환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가 정부 정책에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길 기대했다.

손 원장은 1989년 한은에 입행한 뒤 여신관리국, 자금국, 정책기획국 등 주요 부서에서 10년 정도 근무했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 자리를 옮겨 금융위기, 통화정책, 금융규제 분야 연구에 집중했다. 지난해 2월부터 친정인 한은에 돌아와 경제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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