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깨워주고, 노래 들려주던 AI…병원·길거리 누빈다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 2017.10.14 03:06

[디지털라이프]비서·스피커로 구체화 된 AI…스마트폰·자동차 타고 미래로

2001년 개봉된 영화 A.I. 포스터 일부.
AI(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1956년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존 매카시에 의해서 였다. 이후 학문적·관념적 용어였던 AI는 영화와 애니메이션, 소설 등 대중문화를 통해 우리와 가까워 졌다.

아서 클라크의 소설이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영화로 제작한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할(HAL 9000)',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속 '리플리칸드들',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인형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 주인공 '데이빗', 스파이크 존스 감독의 2014년작 허(Her)의 '사만다' 등이 인류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AI의 구체화 된 모습들이다.

상상속의 AI가 최근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타고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열렸던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AI 대 인간 바둑대결을 시작으로 국내에서의 관심도 급증했다. 이후, 우리말 음성인식 기반 국내외 AI 스피커 제품들이 출시돼 일상 속으로 빠르게 연착륙 중이다.
이세돌 9단이 지난해 3월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1승 4패로 매치를 마감했다.
공간의 제약을 두지 않는 AI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시도 중이다. 스피커에서 벗어나 스마트폰과 백색가전, 자동차 등에 탑재돼 부엌, 거리, 병원 등 우리 일상에 빠르게 퍼져나갈 채비를 갖춰가고 있다.

◇AI 대표 주자 스피커…중장기적 관점으로 너도 나도 '개발'= AI가 국내에서 가장 빠르게 인식된 분야는 '가상 비서', '스마트 스피커'라고도 불리는 AI 스피커다. 지난 2014년 세계 최초로 아마존이 영어기반 음성인식 '에코'를 출시했을 때만해도 AI 스피커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이 우리말을 인식하는 AI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됐다.

지난 달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가 공개한 '인공지능(AI스피커) 플랫폼의 발전과 디지털콘텐츠산업과의 연계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AI 전체 시장 규모는 2020년이 돼도 2조2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음성인식 처리 시장만 떼어 보면 2020년 3000억원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이동통신3사의 영업이익이 3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볼륨이 작은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과 KT 등 이동통신사는 물론이고 삼성전자LG전자와 같은 제조업체,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도 우리말 음성인식 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당장의 수익이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우리말 음성인식 AI 플랫폼 선점 차원의 샅바 싸움이 AI 스피커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말 음성인식 AI 스피커가 상용화 된 것은 SK텔레콤의 누구 외에 경쟁 이동통신사인 KT의 셋톱박스 탑재 '기가지니'가 있다.

누구는 음악, 쇼핑, 배달, ITPV(인터넷TV) 서비스 등과 연계해 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8월에는 성인 주먹 만 한 소형 AI 스피커 '누구미니'도 출시돼 휴대까지 가능해 졌다. 기가지니는 TV와 전화, 카메라를 연결해 음성 인터페이스와 TV 화면을 동시에 제어하며 누구와 경쟁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또 다른 경쟁사인 LG유플러스도 올해 안에 AI 스피커를 선보인다. 홈IoT(사물인터넷) 허브의 고도화 버전을 컨셉트로 잡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 AI 플랫폼 '클로바'와 '카카오아이'가 탑재된 '웨이브'와 '카카오미니'를 각각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음악 감상과 알람 등의 공통적인 기능 외에 웨이브는 IoT를 통한 가전제어가, 카카오미니는 카카오톡 서비스 연동 등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8월말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7' 기자 간담회서 자사 강점을 접목한 AI 스피커를 내년에 선보인다고 발표, 국내 AI 스피커 경쟁에 맞불을 지폈다.

◇거리로 나오는 AI…내비·IVI 모습으로 '승차'= 이처럼 거실이나 사무실 공간에서 스피커로 대표되던 AI가 최근 거리로 나오고 있는 점도 시장의 주요 흐름이다. 모바일 내비게이션(이하 내비)에 이어 신규 출시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서비스에 속속 탑재되기 시작했다.

차량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AI 플랫폼이 SK텔레콤의 내비 'T맵X누구'다. 국민 내비로 불리는 T맵과 누구가 접목됐다. 운전 중 화면 터치 없이 음성만으로 목적지 검색이 가능하다. 주요 뉴스 브리핑, 날씨, 일정, 오늘의 운세 등 정보까지 들을 수 있다. 기존 자동차의 음성인식 시스템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음성명령의 '문맥'까지 읽어낸다는 것이다.

AI 비서가 아예 차량의 기본 시스템으로 탑재되기도 한다. 최근 출시된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70’에 카카오의 AI 플랫폼 '카카오아이'의 음성 인식 기술이 장착됐다.

운전자가 음성을 통해 요청한 정보를 카카오 관리 서버에 보낸 뒤 필요한 정보를 다시 전달하는 방식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이 적용됐다. 음성인식을 통해 간단한 상호명, 주소, 주변 주유소 등 검색결과를 내비 화면에 바로 안내해준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자사 최신 AI 기술이 접목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 '네이버IVI'를 카쉐어링 업체인 그린카에 적용할 예정이며, KT도 이르면 내년 AI 플랫폼을 접목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AI의 자동차 탑승 시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에는 차량에 부착된 센서와 카메라로 모은 외부 환경변화 정보와 탑승자의 신체상태, 감정 데이터 등을 AI가 분석해 맞춤형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가전·의료 영역도 진출…기존 제품 혁신요소 역할=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등에 업은 AI는 스피커와 자동차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요소요소까지 확대돼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성장세가 둔화된 스마트폰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핵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AI 플랫폼이다. 애플 '시리', 삼성 '빅스비', LG 스마트폰 등에 탑재된 구글 '어시스턴트' 등이 대표 적이다.

이와 함께 AI 스피커를 필두로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에도 음성 인식 AI 서비스 장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로봇과 결합돼 가정과 직장 등에서 인간의 업무를 돕거나 대신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IBM '왓슨'의 헬스케어 분야 진출과 관련, AI가 전문분야에도 활용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AI 관련 시장은 AI 서비스 특징과 맞물려 자체 시장으로 크게 형성되기보다 연동된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우선 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특히 2019년부터 5G(5세대 이동통신)가 상용화 되면 AI의 호환성 및 확장성은 기존 제품들의 혁신 요소 역할을 하며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 한 전문가는 "가령 지금은 자동차를 고를 때 연비, 마력, 토크, 승차감 등이 선택 요소들이지만 미래에는 어떤 AI 플랫폼을 탑재했느냐가 중요한 선택 사항이 될 수가 있다는 얘기"라며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5G 등과 함께 AI는 우리의 미래 라이프 스타일과 산업 구도를 바꾸는 중추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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