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일원화' 논란 가열… 국가물관리委 신설 주목

머니투데이 세종=유영호 기자, 정혜윤 기자 | 2017.10.12 04:12

정부, 수량·수질관리 환경부 통합 추진… 전문가 "규제·사업 통합은 위험한 발상" 비판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조성된 여주 이포보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국토교통부가 맡아 온 수량 관리업무를 환경부로 이관하는 내용의 ‘물관리 일원화’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수량(국토부)과 수질(환경부)로 이원화된 물관리체계를 통합해 정책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입장인데, 일부 부처간 일차원적 기능 통합보다는 국가물관리위원회 신설 등 거버넌스 개편이 시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토부가 수량, 환경부가 수질을 담당하는 이원화된 물관리체계를 환경부가 수량·수질을 통합 관리하는 일원화 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부안대로면 국토부 수자원정책국과 국토부 산하 수자원공사가 환경부로 이관된다. 환경부는 크게 환영하는 입장이다. 조직 확대는 물론 1조8108억원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각 시·도를 돌며 열린 ‘통합물관리 전국 순회토론회’에 모두 참석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장관은 또 이날 취임 100일 맞아 기자들과 만나 “(물관리 일원화가) 정치적 게임으로 가면 풀기 어렵다”며 “정기 국회에서 물관리 일원화 부분을 처리하고 다음달까지 인사와 조직개편도 시행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환경부 주도의 물관리 일원화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물관리 효율화를 물관리 일원화의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나 수량(개발)과 수질(규제) 업무의 본질적 성격상 한 부처가 맡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이명박정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책임을 묻기 위한 정부조직개편이라는 주장까지 얽히면서 셈법은 더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성태 의원은 “사업과 감시 기능을 분리해서 견제와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운동장에서 선수가 심판까지 맡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물관리 일원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환경부와 같은 특정 부처 중심의 통합에는 우려를 나타낸다. 국토부와 환경부가 업무를 통합한다고 해도 농림축산식품부(저수지·보)와 산업통상자원부(양수발전) 등 국가 물관리 기능의 60%가 여전히 분산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앞세우는 물관리 효율화 달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은 대부분은 물관리 일원화 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환경부 주도로 통합한 곳은 △캐나다(환경기후변화부) △체코(환경부) △덴마크(환경식품부) △에스토니아(환경부) △프랑스(생태·포괄전환부) △뉴질랜드(환경부) △폴란드(환경부) △포르투갈(환경부) △슬로바키아(환경부) 9곳에 불과하다. 이탈리아(환경국토해양보호부)와 네덜란드(인프라환경부) 등 다른 곳은 부처 기능에 국토·자원·에너지 등이 복합돼 있어 환경부 주도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국가물관리위원회(가칭)와 같은 범정부 거버넌스 구축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기초·원천, 산업, 중소기업, 국방 등 각 기능에 맞춰 부처별로 분산된 국가 연구개발(R&D) 거버넌스가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체계로 통합돼 있는 사례에 주목한다.

윤용남 고려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는 “규제와 사업을 분리하고 견제해야 하는데,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를 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김창수 부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수량과 수질, 광역·지방 상수도 중복 투자가 심하고 자원이 낭비돼 어떤 형태든지 일원화는 필요하다”면서도 “유역마다 갈등이 많은 우리나라는 국가물관리위원회 형태의 (거버넌스 체계를) 고민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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