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스타 경제학자 하노벡(포르츠하임대학) 교수는 기자 시절, 굵직한 언론상을 두 번 받을 정도로 실물 경제에 밝았다. 그는 자신 있는 이론으로 제빵계 체인회사에 거액을 투자했지만, 주가가 폭락해 엄청난 손해를 봤다. 이 손해를 만회하려고 추가로 매수했지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가 비이성적으로 행동한 것에 대한 오류는 그의 베스트셀러 ‘부자들의 생각법’(2013)에 고스란히 기록돼 있다. 경제는 이론이 아닌 인간의 심리에 영향받는다는 것을 알기 쉽게 정리한 셈이다.
2017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리처드 세일러 교수는 하노벡 교수보다 5년 앞선 2008년 ‘넛지’ 이론을 발표, 합리주의라는 계산에서도 비이성적 선택을 하는 인간의 독특한 심리를 경제학에 응용하는 행동 경제학을 주창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에 저항과 용기 등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한 최근 경향과 달리, 전통 문학이 주목해온 인간의 감정에 힘을 실은 일본계 영국인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를 선정했다. 한림원은 “이시구로는 위대한 감정의 힘을 가진 소설로, 세계와 연관돼 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들여다봤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문학상과 노벨경제학상의 두 수상자가 저서를 통해 보여주는 미학은 ‘인간 그 자체’와 그가 엮는 ‘융합의 세계’로 요약된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세일러는 경제라는 것이 하나의 차가운 틀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제도를 인식하고 판단하고 선택해서 행동하는가를 중점적으로 본 학자”라며 “‘사람’, 즉 경제주체로서 존재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현실의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자는 관점에서 인간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시구로의 소설에서도 ‘인간’은 가장 중요한 주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그의 소설들은 세계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들을 매개로 하지만 사건 자체에 얽매이기보다 사건 이후의 인간이 지닌 상처를 건드린다. 상처의 원인인 기억을 통해 화자는 과거를 이해하고 상처와 상실감을 극복하는 식이다.
장은수 문학평론가는 “그의 작품은 원폭, 전쟁, 복제인간 등 우리가 자신의 인간성을 망각하기 쉬운 자리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며 “하지만 그 탐구는 사변적이지 않고 감정적이다. 회한이라는 형식을 통해 생의 긍정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여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장은수 평론가는 “특히 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게 파토스, 즉 고통을 통한 인간의 깨달음”이라며 “동서양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적 탐구가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융합’이라는 새로운 연결을 통해 더 깊고 넓은 통찰을 안겨준 것도 두 수상자가 보여준 공통점이다.
장은수 평론가는 “미래의 편리한 삶에서 느끼는 인간의 고통을 세심하게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이 기존 경향과 다른 새로운 인식의 전환점”이라고 평가했고, 김희삼 교수는 “인간의 심리와 경제학의 접목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지금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위대한 성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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