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창의력 넘치는 우리말 파괴…충격과 공포의 '막춤뻡' 모음.avi

머니투데이 이상봉 기자 | 2017.10.08 12:03

[설명왕 김꿀빵] 틀린 '막춤뻡' 말고 올바른 '맞춤법' 알아보기

"벌써 끝이야? 10일이 이렇게나 짧아?"

10일 간의 황금 추석 연휴가 어느덧 끝이 보이기 시작했어. 연휴가 시작될 때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간들이 갑자기 후다닥 지나간 느낌이야.(#연휴_순삭) 자고 일어나면 다시 10월 1일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순간 갑자기 연휴 첫 날 고향으로 내려가던 날이 떠오르더라.(#스르륵_추억_회상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서울역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열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이동훈 기자

◇ 소리 나는 그대로 막 쓰는 '막춤뻡'

취준생인 나는 연휴에 고향으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어. 가족들과 친척들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며 기차를 탔지. 친구들 역시 아직 취준생이 대부분이야. 우린 단톡방에서 '고향 가기 싫다' '잔소리 극혐' 등 신세한탄을 늘어놓았지.

친구1 : 명절에 집에 가기 무섭네. 일해라절해라 잔소리 듣기도 너무 싫어.
친구2 : 야, 괜찮아! 너 정도면 잘하고 있어. 나물할 때가 없지. 너무 걱정하지 마!
친구3 : 너 다음 면접 언제라고 했지? 들어가기 전에 꼭 우왕청심환 먹고 들어가라. 권투를 빈다!
나 : (…) 너희 일부러 맞춤법 틀리는 거지? 귀엽게 보이려고?
친구2 : 응? 뭐래? 일부러 틀리다니?


친구들의 막춤뻡에 난 식겁하고 말았어. 맞춤법을 무시하고 발음나는 그대로, 지들 멋대로 써버리니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더라구. 정말 충격과 공포였지.(#ㅎㄷㄷ)

친구1 : 명절에 집에 가기 무섭네. 일해라절해라(X) / 이래라저래라(O) 잔소리 듣기도 너무 싫어.
친구2 : 야, 괜찮아! 너 정도면 잘하고 있어. 나물할 때가 없지(X) / 나무랄 데가 없지(O). 너무 걱정하지 마!
친구3 : 너 다음 면접 언제라고 했지? 들어가기 전에 꼭 우왕청심환(X) / 우황청심환(X) 먹고 들어가라. 권투를 빈다!(X) / 건투를 빈다!(O)

내 친구들 못잖은 막춤뻡 사례들은 무궁무진해. 특히 요즘 하도 줄임말, 인터넷 용어를 많이 쓰다보니 맞춤법 따위 무시하고 막 쓰는 경우가 늘어났어. 기상천외한 막춤뻡을 보면 뛰어난 창의력에 웃음이 나오기도 하는데 얘가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우리말을 해석하는 시간이 필요한 걸 보면 마냥 웃고 넘길 일은 아닌 것 같아. (#어떡하지_진짜?)

진짜로 어떡하지 너?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외계어야, 사투리야?

기차를 타고 고향인 부산에 도착한 다음 절친에게 톡을 했어. 신기하게도 고향 땅만 밟으면 자연스럽게 사투리가 나와.

나 : 어디고? 내 부산 왔다~!
친구 : 어, 영맛살 친구 왔나? 내 지금 소개팅 하고 있다. 아까 밥 묵고 짐 카페 와서 목화커피 마시는 중.
나 : (…) 목화커피? 커피에 솜 들었냐?
친구 : 뭐래노;; 야, 근데 상대방 괜찮은 듯. 덮집회의 하자 그러네.
나 : 어? 덮집회의? 그게 또 뭐고?
친구 : 니, 그것도 모르나? 밥 먹고 계산할 때 각자 내는 거.

고향친구와의 대화도 막춤뻡 지뢰밭이었어. 역마살(驛馬煞. 늘 분주하게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게 된 액운. 늘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한테 쓰는 말)은 '영맛살'로 재창조하질 않나, 모카커피를 '목화커피'(#정약용_커피냐), '더치페이'를 '덮집회의'라 하는 이 친구를 어떡하지?(#절교하자)


무슨 말이야? 외계어야?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나 : (한숨) 덮집회의가 뭐고? 덮집에서 미팅하나? '더치페이'라 써야지.
친구 : ㅋㅋㅋ 몰랐다… 야, 니 그런 것도 알고 서울 가서 공부 열심히 하드만 일치얼짱 했네~
나 : 니도 열공해서 일취월장(日就月將. 나날이 발전함)하길 바란데이…

맞춤법만큼은 창의력 넘치는 친구와의 대화는 저녁에 다시 이어졌어. 소개팅녀와 몇 번 톡을 주고받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어졌다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말이야. 안 봐도 비디오지. 친구야, 소개팅 나가기 전에 망할 막춤뻡부터 바로잡아! 물론 내 친구는 아직까지도 왜 연락이 없는지 모르는 눈치더라.(#그게_바로_모태솔로의_길)

이유를 모르는 슬픈 모태솔로 친구 덕분에 내 마음은 숙연해지고...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 적반하장도 유분수

집에 도착하니 가족들은 친척집으로 먼저 가고 없더라구. 불행 중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 그때 동생한테 톡이 왔어.

동생 : 오빠야. 집 도착했나? 우리 자주 가는 당골집 육이농쌈밥집 알제? 거기로 온나.
나 : (…) 니 좀 심각하네. 맞춤법 모르나?
동생 : 뭐가? 오빠야, 내한테 해꽂이 당하고 싶은갑네. 오기만 해봐라.

이쯤 되면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 주변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단어를 그냥 막 쓰고 있더라구. 동생이 말한 '당골'은 '단골', '육이농'은 '유기농'을 잘못 쓴 거야. '해꽂이'는 해를 꽂은 게 아니라 '해코지'를 멋대로 쓴 거고.

◇ 맞춤법의 중요성

맛있는 쌈밥을 먹고서 커피를 마시며 가족들과 이야기하는 중에 여자친구한테 메시지가 왔어. "X톡"

여친 : 나 음식 너무 먹어서 살찐 것 같아…ㅠ(사진 투척)
나 : (흠칫) 아..아니야^^! 어디에 살쪘어? 완전 예쁜데?
여친 : 일부러 선희의 거짓말 안 해도 돼. 아! 그리고 나 며칠 동안 고모 집에 묶기로 했어.
나: (…) 선희가 누구야? 고모가 너 감금해? 집에 왜 묶여 있어?

맞춤법이 이성 호감도에 미치는 어마어마한 영향.

2014년에 알바몬에서 대학생 6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대. 그 결과 맞춤법을 습관적으로 틀리는 이성에 대해서 응답자의 89.3%가 '호감도가 떨어진다'고 답했대. 막춤뻡을 쓸수록 그 사람에 대한 신뢰나 호감도가 팍팍 떨어진다는 거지. 올바른 맞춤법을 써야 하는 이유는 또 있어. 우리말을 사랑해야 한다는 뻔한 얘기를 하려는 거냐고? 물론 우리말은 사랑해야 하지.(#세종대왕님_사랑해요)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 올바른 맞춤법을 익히려 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들 멋대로 막춤뻡을 쓴다고 상상해봐. 한 단어를 두고도 누구는 '더치페이', 다른 누구는 '덮집회의', 또 다른 사람은 '더칩페이'라고 쓰면 소통이 제대로 되겠어? 서로 상대가 쓴 단어가 무얼 가리키는지 해석하느라 머리를 쥐어짜내야 할 걸?

"X톡" 잠깐만. 여자친구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왔어.

'오빠! 괴자번호 불러봐! 내가 저번에 빌린 돈 값을게'

하아…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어. 맞춤법이 정말 중요하단 걸. 다들 알고 있지? 10월9일=한글날이란 사실을. 우리 이날만큼은 10일 연휴 중 하루로 넘기기보다 올바른 맞춤법을 알아보는 의미 있는 날로 보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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