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여중생 사망' 용의자, 딸과 동영상 남겨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이동우 기자 | 2017.10.07 17:09

유서 형식 "살해 아닌 사고" 주장, 경찰 "확보된 동영상 확인중"…투신 아내, 시아버지 성폭행 고소도

/사진=뉴스1

서울 여중생 사망 사건 용의자 이모씨(35)의 아내인 A씨(31)가 시아버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투신 사망했고, 경찰은 A씨 죽음에 대해 내사를 벌여왔다. 범행 동기 등 여중생 사망 원인이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정확한 사건 경위에 관심이 쏠린다.

7일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이씨는 딸과 함께 유서형식의 동영상을 남겼다. 해당 동영상은 이씨가 지난 2일 자신의 딸과 차량 안에서 촬영했다. 영상은 정황상 피해 여중생 B양(14) 사체를 유기한 뒤 딸과 동반자살을 시도하기 전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딸(14)과 초등학교 동창인 B양을 자택에서 살해한 뒤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한 혐의로 검거됐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주거지 인근 CCTV 등을 추적한 끝에 지난 5일 오전 10시20분 쯤 딸과 함께 서울 도봉구 한 주택에 은신해 있던 이씨를 검거했다.

검거 당시 이씨는 딸과 함께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이씨 부녀를 병원으로 옮긴 뒤 이씨로부터 유기 장소를 확인했고, 다음날 오전 영월 야산에서 B양의 시신을 수습했다.

본지가 입수한 15분 분량의 동영상에서 이씨는 B양의 사망이 ‘사고’였다고 주장한다. 이씨는 “제가 자살하려고 영양제 안에 약을 넣었는데 아이들이 모르고 먹었다”며 “(여중생이 숨지자)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딸을 지키려고 말도 안되는 짓(사체유기)을 했다”고 말했다. 영상 속에서 이씨의 딸도 “냉장고에 영양제 몇 개가 있어서 그걸 먹었다”며 “그게 그런(아빠가 자살하려 넣어 둔) 약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살해 혐의를 부인하는 요지의 동영상 내용을 종합하면 이씨는 자신의 삶을 비관해 자살을 준비하고 있었다. 영양제 통 안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한 약을 보관했다. 그런데 딸 친구 B양이 집에 놀러 왔다가 우연히 이 약을 먹고 숨졌다는 주장이다. 현재까지 약의 성분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그러나 이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딸의 오랜 친구가 당한 '사고'를 응급구조대 등에 신고하지 않고 왜 강원도까지 가서 사체를 유기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경찰은 부검을 통해 B양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 중이다. 아울러 이씨와 딸을 상대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이 동영상을 확보하고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측의) 일방적 주장인 만큼 진위 여부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숨진 B양 유가족 등은 언론 접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이유는 아내 A씨 사망과 관련돼 있다. A씨는 지난달 5일 서울 중랑구 자택에서 투신해 숨졌다. 경찰은 A씨 사망 원인을 내사 중이었다.

A씨는 시아버지이자 이씨의 계부 C씨(59)에게 지난 2009년부터 8년간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며 지난달 강원 영월경찰서에 신고했다. 이씨는 진술서 외에도 탄원서도 작성했다.

경찰은 고소장을 접수하고 C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다. A씨 유가족 측은 “경찰이 A씨에게 ‘8년 동안 무엇을 했느냐’, ‘증거가 없다’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여기에 실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한다.

영월경찰서 관계자는 “성범죄 특성상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본지는 C씨의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했으나 전원이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 C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사자인 A씨가 이미 목숨을 끊은 상태라서 향후 경찰 수사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경찰은 이날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숨진 B양 살해 여부 등을 당장 확인할 수 없어 ‘사체 유기 혐의’만 적용해 일단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측 조사와 용의자 조사를 해야 한다”며 “아직 사건 경위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숨진 B양 부검이 이뤄졌으나 경찰이 간이 소견을 공개하지 않았다. 최종 부검 감정서가 나오는 데는 몇 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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