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어려운 경제적 이유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 2017.10.11 06:30

[소프트 랜딩]천문학적인 경제적 피해를 고려한다면

편집자주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로켓맨(김정은)과의 협상은 시간 낭비다", "오직 한 가지 방법만 통할 것이다."

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북한을 향해 전쟁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면서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이 증폭되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James Mattis) 미 국방장관도 9일 미육군협회 연설에서 "미군이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은 우리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 쓸 수 있는 군사적 옵션들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밝혀 트럼프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밥 코커(Bob Corker)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8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전쟁 위협 발언이 미국을 '제3차 세계대전'의 길 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 영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한반도에서 3년 안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미국 B1B 폭격기가 NLL 이북까지 사전경고없이 비행했다. 그리고 오는 10월 중순부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함께 다수의 핵미사일을 탑재한 오하이오급(1만8000톤급) 핵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항모강습단이 동해상에 배치된다.

이처럼 현재 한반도 주변은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말폭탄이 언제라도 현실화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전쟁이 초래할 엄청난 비용과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어느 당사자도 섣불리 전쟁을 일으키기 힘든 게 사실이다.

먼저 영국의 경제리서치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지난 5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최소한 한국경제는 GDP가 반토막나고 이로 인해 세계 GDP는 1% 급감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세계 IT산업과 자동차, 조선, 해운업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세계 무역흐름이 붕괴되고 전자제품 등의 제조품 가격이 급등하는 등 글로벌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미국 경제는 최소 1조 달러에 달하는 전쟁비용은 물론 재건비용 부담으로 인해 국가부채가 최대 13조900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지적했다. 이는 2016년 미국 GDP의 75%에 해당한다.

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4일 북한 미사일 사거리 안에 있는 서울이나 도쿄를 핵 무기로 공격할 경우, 서울은 사망자 78만명을 포함하여 총 35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도쿄는 69만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247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한미 미사일 요격체계의 가동을 전제한 것임에도 지난 1950년 한국전쟁과 비교할 때 사망자는 2배, 사상자는 10배가 넘을 정도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북한 폭격안까지 담고 있는 1994년 미국 정부의 전쟁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쟁 90일 동안 미군 5만명, 한국군 49만명, 민간인 100만명의 사상자 발생하고 전쟁비용은 1000억달러, 경제적 피해는 1조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북한의 핵공격이 배제된 상태의 재래식 전쟁의 피해만을 고려한 것이며,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는 사상자와 전쟁비용, 경제적 피해는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2004년에 CIA와 국방부 등 미국 정부 자료를 근거로 작성한 NRDC(천연자원보호협회)의 '한반도 핵사용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반도 전쟁 발발시 북한 지역에는 약 11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용산 상공에서 핵폭발을 가정할 경우 62만명~12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러한 피해 수치는 단지 핵폭발에 따른 직접 사망자에 해당하며, 재래식 무기나 생화학 무기 사용은 물론 건축물이나 화재 등으로 인한 간접적 피해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규모는 훨씬 늘어난다.

2013년 USA 투데이가 내놓은 한반도 전쟁의 시나리오는 더욱 비극적이다. 미국중앙정보국(CIA) 출신인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 전쟁 시뮬레이션 결과 한미 연합군의 승리가 예상되나, 지난 1차 세계대전 수준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차 세계대전은 총 19개국이 4년 4개월에 걸쳐 약 940만명의 전사자를 포함 약 3200만명의 사상자를 냈고, 당시 통화가치로만 3000억 달러가 넘는 전쟁 비용과 추정이 불가할 정도로 천문학적 피해를 초래한 끔찍한 전쟁이었다.

올해 추석은 지난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해 맺은 '10·4선언'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10·4 선언의 취지가 무색하게 우리는 지금 한국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전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씨는 7일자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미국이 전쟁을 언급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며 "서서히 고조되는 말싸움이 실제 전쟁으로 번질까 두렵다"고 한국인의 불안한 심정을 대변했다.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이나 핵무기 사용은 끔찍한 피해와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남북한과 주변국들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결국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치러야 할 비용과 피해가 너무나 막대하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역사적으로 전쟁은 경제적인 이유가 아닌 지도자의 오판이나 우발적인 충돌로 발발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 현재로선 가장 두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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