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에서 전업작가로…아픈 역사 탐구보다 인간의 상처 극복에 '초점'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7.10.05 20:50

[2017년 노벨문학상]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내는 작품마다 각종 상 휩쓸어, 결국 노벨문학상까지

내는 작품마다 각종 상을 휩쓴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3)가 결국 2017년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이시구로를 선정했다.

한림원은 이날 “그는 위대한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들을 통해, 세계와 닿아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드러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시구로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영국국립해양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건너갔다. 여왕 별장에서 꿩 몰이꾼으로 일하다 켄터베리 켄트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1976년부터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첫 소설 ‘창백한 언덕 풍경’은 복지사로 일한 지 7년 만에 완성한 작품으로, 영국에 거주하는 일본인 과부의 시선을 통해 나가사키의 파괴와 재건을 이야기한다. 그는 이 작품으로 위니프레드 홀트비 기념상(Winifred Holtby Memorial Award)을 수상했다. 또 첫 소설을 발간하자마자 그란타(Granta)지가 선정하는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들 20명’에도 선정됐다.

작가는 작품을 낼 때마다 이름 난 문학상은 죄다 받았다. 일본인 예술가의 회고담을 그린 ‘부유하는 세상의 예술가’(1986)는 휘트브레드 상과 이탈리아 스칸노 상을 받았다. 89년 3번째 소설 ‘남아 있는 나날’로 부커상을 받은 그는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2005년에 발표한 ‘나를 보내지 마’는 복제 인간의 사랑과 슬픈 운명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의문을 제기한 화제작이자 작가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은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됐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 등을 받았다.


이시구로 소설들은 세계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들을 매개로 인간의 상처를 얘기한다. 지나간 사건은 왜곡되고 잊히고 침묵 될 수 있는 기억이지만, 이 기억을 통해 화자는 과거를 이해하고 과거의 상처와 상실감을 극복한다.

‘창백한 언덕 풍경’과 ‘떠 있는 세계의 예술가’는 나가사키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이후의 상황을 배경으로 하는데, 작가는 이 사건의 어떤 구체적인 사실을 묘사하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의 인물들의 심리 극복기를 다룬다.

한림원이 선정 이유를 밝혔듯, 이시구로는 ‘인간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드러내며 위대한 정서적 힘을 보여준’ 셈이다.

이시구로는 이외에도 음악과 황혼에 대한 5개 단편을 모은 ‘녹턴’(2009)을 통해 인간과 문명에 대한 비판을 작가 특유의 문체로 녹여내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끄는 거장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시구로는 이 같은 문학적 공로를 인정받아 1995년 대영제국 훈장을, 1998년 프랑스 문예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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