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동의 배신(?) 갈 길 먼 '가상현실'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7.10.05 14:25

기술한계·부작용·콘텐츠 제작 여전히 개선 과제…헬스케어·장애보조 등 새로운 가능성도

가상현실 기기 VR. /유튜브 화면 캡처

뜨거운 관심 속에 등장했던 VR(가상현실)의 인기가 한풀 꺾였다. 뚜껑을 열고 보니 여전히 가능성은 크지만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부작용 우려와 기술적 한계를 해소하지 못하면 영화 '아바타'로 반짝 인기를 얻은 뒤 극장에서마저 밀려난 3D(3차원 동영상)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VR이 확산되지 못하는 이유로는 구토나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영화를 보듯 장기간 VR을 사용할 경우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적잖다. 미국의 한 제약사가 VR 체험을 소재로 멀미약 광고를 만들었을 정도다.

시선을 따라잡을 정도로 화면 처리가 매끄럽지 못할 때 특히 어지러움이 많이 발생한다. 상용화할 수준의 비용으로 제공하기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실시간 작용을 보완한 모션캡쳐 기술이나 트래킹, 제스처 기술 등에서 개선할 부분이 적잖다.

아쉬운 기술을 아쉬운 가격으로 제공하는 정도라면 기대만큼의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한 스마트워치의 전철을 밟을 공산이 크다.

기술 문제를 뛰어넘더라도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또 다른 영역이다. 3D도 그렇지만 VR은 일반 콘텐츠보다 제작이 까다롭다. 한 화면을 촬영하는 일반 콘텐츠나 3D에 비해 360도 전체 영상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제작비용이나 과정이 만만치 않다.

한때 콘텐츠 문제를 해결할 마중물로 성인 콘텐츠를 들기도 했다. VR이 ICT(정보통신기술) 시장의 유행을 주도하며 MWC, CES 같은 글로벌 IT 행사의 키워드로 등장했던 지난해 이미 온라인사이트에선 'VR 야동'의 은어로 '우동'(검색 필터를 피하기 위한 용어)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1인칭 시점만 제공하는 VR의 특성상 호불호가 갈리는 분위기다.

VR 성인 콘텐츠 수위가 높아질 경우 새로운 기술에 대한 환호보다 규제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VR이 다른 영상기기보다 몰입도가 높기 때문에 중독 우려도 고개를 든다. 성인 콘텐츠와 중독 모두 규제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이다.

헬스케어나 장애보조 등 최근 VR을 이용한 다양한 시도가 하나둘 성과를 보이는 점은 VR의 새로운 가능성을 싹틔운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C랩은 지난 8월 시각장애인을 위한 VR 기기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공개했다.

VR에서 이 앱을 실행하면 아예 빛을 인지하지 못하는 전맹을 제외한 1~6급 시각장애인이 왜곡되거나 뿌옇게 보던 사물을 보다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의 윤곽선을 강조하거나 색 밝기·색상을 조절하고 망막에 사물이 비치는 지점을 재배치해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현실 기술은 이제 첫 발을 뗀 걸음마 단계"라며 "기술이나 제도, 상용화를 위한 사업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만큼 기대도, 실망도 아직은 섣부르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청춘의 꿈' 부른 김용만, 자택서 별세…"한달전 아내도 떠나보내"
  2. 2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3. 3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
  4. 4 [단독]베트남 고속도로 200억 물린 롯데·포스코, 보상금 100억 물어줄 판…2심도 패소
  5. 5 "5000원짜리 커피는 사치" 카페 발길 끊자…'2조 시장' 불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