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는 10월부터 '양적긴축'에 돌입한다. 양적긴축은 양적완화로 매입한 자산을 줄이는 걸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돈을 푸는 데 맞춰놓았던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마지막 행보다.
FRB는 2014년 1월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에 착수해 같은 해 10월 양적완화를 완전히 중단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지난 6월까지 모두 4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탄탄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다. FRB는 금리인상 및 양적긴축 속도를 점진적으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FRB가 가까운 시기에 돈을 푸는 통화완화 기조로 다시 돌아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결국 시장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 통화긴축 속도다. 재닛 옐런 FRB 의장은 점진적인 속도를 강조해왔다. 덕분에 과거 FRB의 통화긴축 과정에서 일어난 역풍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문제는 옐런 의장의 임기가 내년 2월에 끝난다는 점이다.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10월 중에 조기 사임하기로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명의 FRB 이사 가운데 공석을 포함해 모두 4명을 새로 지명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FRB 요직에 누굴 앉힐지 종잡기 어려워 FRB의 통화정책 향방이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영향으로 매파(강경파)가 FRB를 장악하면 통화긴축 속도가 급격히 빨라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FRB의 금리인상 공세는 신흥시장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1990년대 말 아시아를 휩쓴 외환위기가 대표적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이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에서 비롯된 '민스키 모멘트'는 투기와 과도한 신용(부채)의 성장이 자산가치를 부풀려 만들어낸 거품이 끝내 터지는 순간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9일 기자들에게 "2~3주 안에 차기 FRB 의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4차례 면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들은 옐런 의장, 게리 콘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FRB 이사, 제롬 파월 FRB 이사가 트럼프의 면담 상대였다고 전했다.
이밖에 글렌 허바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존 앨리슨 전 BB&T 은행 CEO(최고경영자) 등도 차기 FRB 의장 후보로 거론된다.
주요 후보 가운데 워시 전 이사, 허바드 교수, 테일러 교수 등은 강력한 통화긴축을 주장하는 매파로 분류된다. 반면 파월 이사는 옐런 의장을 지지해왔고 콘 위원장은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콘 위원장이 옐런 의장보다 비둘기파(온건파) 성향이 더 짙다는 평가도 있다. 앨리슨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 이미 FRB 이사 자리를 제안받고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위한 저금리 기조를 선호하고 있는 만큼 차기 FRB 의장에 비둘기파를 기용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는 새 대통령이 임기 초에 FRB 의장의 잔류를 요청하는 게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부터 관례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관례를 따르지 않으면 옐런 의장은 1934년 이후 3번째로 임기가 한 번에 그친 FRB 의장이 된다.
블룸버그의 최신 전문가 설문조사(9월12~14일)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FRB 의장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가장 큰 이는 옐런 의장으로 나타났다. 워시 전 이사와 콘 위원장, 허바드 교수, 테일러 교수 등이 차례로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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