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경기침체가 임박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여깁니다. 꼭 틀린 말은 아닙니다. 경기침체 전에는 항상 이런 현상이 나타나니까요. 하지만 이는 어쩌면 좀 과장된 상식일 수도 있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걸 두고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라고 한마디 하는 것과 비슷하죠.
경기회복세가 충분히 전개되고 나면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합니다. 그대로 계속 놔두면 경제가 과열되고 인플레이션이 뛸 수 있으니까요. 중앙은행이 초단기 금리를 인상하면 초기에는 대개 장기금리도 따라 올라갑니다. 그래서 장기로 돈 빌려 쓰기가 어려워지면 경제의 열기도 좀 가라앉겠죠. 금리인상이 바라는 구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금리를 올려 나가는 과정에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만큼 많이 따라 오르지는 않습니다. 장기금리는 장기적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을 반영하는데,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인해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이 크게 낮아지면 장기금리는 심지어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지난달말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낮은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점진적 금리인상은 계속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두고 일각에서는 "장기금리가 오히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물가가 낮은데도 긴축을 계속하면 인플레이션은 더 짓눌릴 것이고, 그러면 인플레이션 전망에 민감한 장기채권의 수익률은 하락하게 된다는 겁니다. 마치 금리인상 사이클 막바지 국면에서 나타나는 현상처럼 말이죠.
하지만 위 그래프를 보면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로 장단기 금리차가 오히려 확대된 모습이 나타납니다. 장기채권의 수익률이 더 많이 오른 겁니다. 여기에는 새로운 변수가 가미되었습니다. 바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 골격 발표입니다.
위 그래프 말미의 금리차 반등은 미국의 성장과 인플레이션이 감세정책으로 인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를 반영합니다. 그렇다면 연준은 금리를 더 올려야겠죠. 위 그래프가 다시 아래쪽을 향해야 연준은 만족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미국 금리인상을 전망하는 데 있어서 감세정책은 매우 큰 변수라는 점을 말씀 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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