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를 들어서 어떤 나라의 국채가 요즘 같은 세상에 연간 10%의 이자를 준다고 가정하죠. 이 채권에 투자하면 좋을까요? 신용위험은 일단 배제하고 보더라도 좋은 지 여부는 당장 알 수가 없습니다.
만일 그 나라의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낮다면 "굉장히 좋네"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나라의 물가가 일년에 15%씩 오른다면 이 채권은 "굉장히 나쁜" 투자대상입니다. 이자 10% 받은 걸 보태봐야 물가 오른 것을 빼고 나면 그 채권에 들어간 원금의 가치는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채권의 '실질' 이자율은 마이너스 5%(= 10 – 15%)입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제시하는 점도표의 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금리들은 어디까지나 물가상승률이 섞여 있는 명목금리입니다. 이 금리가 아무리 높게 제시가 되어도 미래 물가상승률이 높을 전망이라면 높은 게 아닙니다. 반대의 경우는 반대입니다.
위 그래프는 FOMC 위원들이 제시한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사용해서 점도표 금리의 '실질' 수준을 산출한 것입니다. 올해 한 차례 금리를 더 올리겠다고 해서 금융시장이 놀라긴 했지만, 그래 봐야 '실질' 정책금리는 마이너스 수준입니다. 현재 1.4%인 물가상승률이 올 연말에는 1.5%로 올라갈 것이란 전망에 기초한 것입니다. 즉, FOMC 위원들 구상으로는 올 연말까지 '실질' 정책금리를 0.15%포인트 정도만 올리겠다는 겁니다.
내년에는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게 FOMC 위원들의 점도표이지만 이 역시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기본적으로 반영합니다. 인플레이션을 빼고 본 '실질' 정책금리는 단지 0.25% 정도까지만 인상될 거라는 구상인 것이죠. '세 차례 추가 금리인상'이란 표현이 암시하는 것만큼 강한 긴축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말인즉슨, 만일 실제 인플레이션이 당초 전망만큼 높아지지 않는다면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는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에는 반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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