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에 용돈 줬더니 '앙 기모띠'? 10대들의 외계어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17.10.03 13:12

한글날 앞둔 추석, 신조어에 세대간 소통 단절 우려‥전문가 "바른 언어생활 유도"

/삽화=머니투데이 데이터베이스(DB)
"앙, 기모띠~."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14살 조카에게 용돈을 주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한글날을 코앞에 둔 추석 명절에 청소년들의 지나친 비속어와 축약어 사용이 세대 간 의사소통을 막는 걸림돌로 부각되고 있다.

9일은 조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어 1446년 반포한 것을 기리기 위해 지정된 '제571돌 한글날'이다. 예년과 달리 추석이 10월 첫째 주에 있어 황금연휴로 함께 묶였다.

한글날은 올바른 우리말 사용으로 한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날이 갈수록 청소년들의 외래어 오남용, 비속어 사용 등 한글 파괴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립국어원이 내놓은 '청소년 언어문화 실태연구'에 따르면 학교에 다니고 있는 만 9세부터 만 18세까지 청소년 3429명 가운데 66.8%가 비속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래 준거집단에서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표현이 일상까지 침범하는 셈이다.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에도 이 같은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청소년들의 언어 습관이 세대 간 소통까지 단절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정주홍씨(36)는 "최근 나이 차이가 좀 나는 사촌 동생을 꾸지람한 적이 있는데 '극혐'(극도로 혐오하다의 줄임말)이라고 대꾸해 놀란 적이 있다"며 "진지한 이야기에 무성의하게 인터넷 용어로 대꾸하니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고 말했다.

김주헌씨(41)는 "안 그래도 오랜만에 어린 조카들을 만나면 할 이야기가 없는데, 아이들이 쓰는 표현을 모르니 더욱 대화에 낄 수가 없다"며 "명절마다 고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비속어·축약어 사용은 주로 인터넷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진원지다. 최근에는 일부 웹툰과 1인 방송이 부적절한 한글 사용에 영향을 준다.

10대들 사이에서 자주 쓰이는 '앙 기모띠'는 유명 BJ(개인방송 운영자)가 일본 AV(성인 비디오)에서 나오는 '기모찌'('기분 좋다'는 뜻의 일본어)를 차용하며 유행됐다. '느개미', '느금마' 등 상대방의 부모를 비하하는 표현도 청소년들이 1인 방송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낫닝겐'('인간이 아니다'는 뜻의 일본어), '빼박캔트'(빼도 박도 못한다), '뚝빼기'(머리) 등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비속어·축약어는 한둘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내버려두지 말고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근래 급격한 신조어 발생 등은 자연스러운 언어의 변화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세대 간 소통을 위해 청소년들의 신조어가 정착되기 전에 바르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며 "신조어를 쓰는 청소년을 이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표준어로 고쳐 쓰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규 한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청소년들의 신조어는 완성된 문장의 형태가 아니라서 합리적 사고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며 "명절에 아이들이 이상한 말을 쓰면 무조건 꾸지람하기보다는 좋은 문장이 담긴 책을 선물해 완성된 언어를 사용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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