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는 왜 블라인드 아니죠?"…취준생 '이것'까지 고친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 2017.10.07 06:25

취업난에 입꼬리·눈매 등 관상 성형까지…"호감주는 인상이면 충분…외모보다 직무능력"

한 회사의 면접 장면(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하반기 공개채용 시즌을 맞은 취업준비생 차한나씨(24)는 면접을 볼 때마다 회사별로 특화된 메이크업을 받는다. 유통회사 면접 때는 사교성이 좋고 활달한 이미지를, 금융기업 면접을 볼 때는 지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차씨는 "외모가 취업에 어느정도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메이크업숍들은 면접 볼 회사를 말하기만 하면 그에 알맞은 메이크업을 해준다"고 말했다.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개명을 하거나 성형까지 고민하고 있다. △학벌 △학점 △토익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인턴 △공모전 △사회봉사 △직무경력 등 기본 스펙은 기본. 연이은 탈락에 이름을 바꾸고, 운명을 바꾸겠다며 손금 성형과 관상 성형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면접 시에 드러날 수 밖에 없는 외모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는 반응이다.

7일 채용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한 유명 취업 포털 사이트가 취업준비생 11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3.5%가 "면접을 위해 외모를 관리한다"고 답했다. 기업 인사담당자 대상 설문조사에선 응답자 76.3%가 "면접 때 지원자의 인상때문에 감점을 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취업준비생들은 면접에서 외모로 인한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방송기자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 이모씨(28)는 "실무면접에서 한 심사위원이 나를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방송기자 할 타입이 아니네'라고 말했다"라며 "역량이 아닌 외모로 평가받는게 기분 나빴다"고 말했다.
외모가 취업에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하는 취업준비생들은 인상을 바꾸거나 관상을 고치겠다며 성형외과를 찾기도 한다.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 성형외과 상담실장은 "취업준비생들은 또렷한 인상을 위한 눈매교정술, 긍정적 이미지를 위한 입꼬리 성형을 많이 선택한다"면서 "예쁜 미소를 위한 입술 필러도 인기"라고 말했다.

그는 "사진 보정작업을 거친 이력서 사진과 면접 시 실제 얼굴이 다르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공채 시즌 3~4개월전 성형 문의가 가장 많다"고도 덧붙였다.


블라인드 채용이 늘면서 직무능력이 아니라 외모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업 영업직을 준비 중인 권모씨(22)는 "지원한 회사가 학교, 학점, 토익점수까지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명확한 채용기준을 알 수 없는 데다 영업직이다 보니 면접 때 외모가 중요할 것 같아 코 필러 수술을 고민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운명을 바꾼다며 이름을 바꾸는 취업준비생들도 있다. 최근 광고회사에 취업한 남모씨(28)는 "계속되는 광속 탈락에 점집을 찾았다가 이름을 바꾸라는 소리를 듣고 6개월 고민 후 개명했다"며 "신기하게도 개명 후 취업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남씨는 "같이 점집을 찾았던 친구는 손금 성형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 담당자들은 취업준비생들이 외모, 이름 등 직무능력 외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한 대형 항공사 인사담당자는 "외모가 지원자를 뽑는 데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라며 "밝은 표정과 호감가는 인상 정도면 충분하다. 외모보다는 직무능력 향상에 시간을 쏟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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