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마크롱 노동개혁이 주는 교훈

머니투데이 박종구 초당대 총장 | 2017.09.28 04:47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노동개혁이 지구촌의 주목을 받고 있다. 5월21일 취임 이후 노동개혁을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설정해 전력투구한다. 과연 마크롱의 개혁은 성공할 것인가.

국민전선 마린 르펜 후보와의 대선 쟁점은 성장부진, 일자리부족 및 이민문제였다. 그중에서도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핫이슈였다. 프랑스의 고용상황은 심각하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24.6%로 독일 10%, 영국 14%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 7월 실업률은 9.5%, 청년실업률은 23.4%로 별반 호전되지 않았다. 2분기 성장률은 1.7%로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프랑스는 노동자, 농민 등에 대한 보호장치가 매우 강한 나라다. 노동법규가 노동보호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무려 3324페이지에 달한다. 이중 해고 170페이지, 근로자 보건 및 안전 420페이지, 임시고용 50페이지, 단체협상 85페이지를 차지한다. 50명 이하 영세기업에는 과도할 정도의 각종 보호규정을 뒀다. 그래서 프랑스 소상공인이 가장 혐오하는 숫자가 ‘50’이란 말이 널리 회자된다. 근로자가 50인을 넘으면 노동관련 규제가 4배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시장친화적 노동개혁을 부르짖는 이유는 노동시장이 유연하게 작동하지 못하면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현실인식에 바탕을 둔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개혁을 시도했지만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노조의 파업에 밀려 개혁의 동력을 상실했고 재선 포기라는 정치적 수모를 당했다. 이를 반면교사 삼은 마크롱은 취임 직후부터 강도 높은 개혁의 시동을 걸었다. 50인 이하 중소기업은 산별노조가 아닌 근로자 대표와 협상할 수 있고 20인 이하 기업은 개별 근로자와 협상할 수 있다. 부당해고시 퇴직수당을 최대 급여 20개월치로 제한하고 소송기간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했다. 채용과 해고조건을 대폭 완화해 경영의 유연성이 제고되도록 배려했다.


선거 직후 피에르 가타르 경제연합회장은 빨리 노동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근대적 제도와 관행을 고치지 않고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독일과 거의 대등한 경제역량을 지닌 프랑스가 이제는 비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뒤처졌다. ‘유럽의 병자’ 소리를 듣던 독일이 유럽 경제성장의 기관차로 탈바꿈한 것은 최근 방한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주도한 ‘어젠다 2010 개혁’ 덕분이다. 실업률은 지난 5월 통일 이후 최저치인 5.7%까지 내려갔다.

마크롱의 노동개혁이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무엇인가. 첫째로 노동개혁은 최고지도자가 올인해야 하는 국가적 과제라는 점이다. 마크롱이 “게으름뱅이, 냉소주의자, 극단주의자들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 없이는 개혁이 성공할 수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강고한 노조의 철밥통을 깨부수고 실업복지 축소와 같은 인기 없는 정책을 추진하려면 지도자의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절대요건이다. 실업문제가 악화한 것은 리오넬 조스팽 전 사회당 총리가 도입한 주 35시간 근로제와 관련이 깊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압박 때문에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지난 정부에서 노사정 중심의 노동개혁이 좌초한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정부가 책임과 의지를 갖고 밀어붙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둘째로 높은 청년실업률과 비정규직 비율은 노동시장의 유연화 없이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게리 베커 교수도 이 점을 강조했다. 결국 고용은 기업이 창출한다는 경제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유통 거인 아마존이 매년 수만 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것은 기업의 혁신 노력과 유연한 노동시장 덕분이다. 민간기업 노조구성률이 6.4%에 불과하고 해고와 채용이 자유로운 미국에서도 실리콘밸리 기술기업들은 노동시장이 좀 더 유연해져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시장친화적 노동개혁이 신(新)성장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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