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위성 1년에 몇 개씩 쏜다고 자랑하던 시대 지났다"

머니투데이 애들레이드(호주)=류준영 기자 | 2017.10.03 09:00

김해동 항우연 IT융합기술팀장 "클린 스페이스 시장서 새로운 기회 찾아야"

“로켓·위성을 1년에 몇 개씩 쏜다는 것만으로 우리가 우주개발선진국이라고 자랑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앞으로는 ‘우주환경보존’을 위해 어떤 기술을 개발·보유하고 있는 지가 우주개발선진국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겁니다.”

김해동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융합기술연구센터 IT융합기술팀장은 “앞으로 로켓을 쏠 때 우주쓰레기로 남게 될 로켓 상반부를 어떻게 처리할 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발사 승인을 받을 수 없는 날이 곧 올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해동 항우연 IT융합기술팀장/사진=류준영 기자
25일부터 5일간의 일정으로 호주 애들레이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8회 국제우주대회’(IAC)에서 만난 김해동 팀장은 이번 행사에 국제우주파편조정위원회(Inter-agency Space Debris Coordination Committee·IADC) 한국 대표 자격으로 참여했다. 한국은 지난 2014년 13번째 가입국으로 승인을 받고 우주파편 감소를 위한 국제공동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IADC는 1993년 설립된 국제기관간 회의체다. 늘어나는 우주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위성발사국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가이드라인엔 저궤도 위성은 수명이 다할 때쯤 고도 600㎞ 이하로 낮춰 25년 안에 지구 대기권에 진입·소멸하도록 하고, 정지궤도위성은 수명이 다할 때 더 높은 고도로 올려 보낸다는 등의 내용이 수록돼 있다.

이번 IAC에선 이 가이드라인의 업데이트가 이뤄질 예정이다. 최근 ‘초소형위성’이 우주기술계 유행아이템으로 부상하면서다. 비용이 저렴하고 데스크톱PC만한 초소형위성은 한 번 쏘면 수십·수백대씩 우주 궤도에 띄운다. 향후 우주쓰레기로 남게 되면 잠재적 위험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해동 팀장은 “오래 전엔 넓은 운동장(위성 궤도)에 모래알 몇 개(위성) 던진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대학이나 아프리카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도 위성을 쏘아 올리게 되면서 텅빈 운동장에 자동차가 왔다갔다하는 상황과 비슷하게 됐다”며 “지구 궤도를 떠도는 우주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지구 궤도에는 약 4300개의 인공위성이 돌고 있다. 김 팀장은 “실제로 신고된 위성간 충돌은 지금까지 5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통신이 가능한 위성이었고, 나머지 수명이 다 된 위성간 충돌은 집계조차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구 레이더를 통해 추적 가능한 우주쓰레기 개수는 약 50만개. 추적이 어려운 1㎝ 크기 이하의 쓰레기까지 합하면 그 개수는 못해도 3억개 이상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실제로 지난 1981년 구 소련의 인공위성 ‘코스모스1275‘가 우주쓰레기와의 충돌하며 산산히 부서진 바 있다. 1996년에는 프랑스에서 우주로 쏜 소형위성이 1986년에 폭발한 ‘아리안-1’ 발사체의 부스터(승압 변압기)와 충돌, 심각한 손상을 입기도 했다.

위성간 충돌 위협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김 팀장이 개발·운용중인 인공위성 충돌분석프로그램 ‘카리스마’는 아리랑1호, 2호가 중국위성 파편과의 충돌 위험성이 커져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다.

“2007년, 중국이 스타워즈를 대비한 우주무기를 만들겠다며 자국위성을 폭파시키는 일을 벌인 적 있죠. 폭파된 위성이 놓여진 곳이 인공위성이 가장 선호하는 고도 600~800km의 지구 저궤도였는 데 이 때문에 아리랑1호기 2호기가 모두 충돌위험에 빠져 비상이 걸린 적 있어요. 이 일을 계기로 카리스마를 만들었고, 이후부턴 우주폐기물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클린 스페이스(Clean Space)’ 기술이 향후 로켓 및 위성 서비스에 이은 차세대 수출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우주국(ESA)의 클린 스페이스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ESA는 오는 2020년 버스 크기만한 고장 난 위성 ‘엔비셋‘을 작살이나 로봇 팔 등으로 붙잡아 고도를 낮춰 지구 대기권의 마찰온도(3000도)로 태워버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가 될지 모르나 유엔(UN)은 위성이 우주에서 고장이 나거나 수명이 다하면 어떻게 치울 것인지 등을 계획서에 정확하게 적지 않으면 승인해 주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아마 클린 스페이스 기술을 지닌 우주기업과 맺은 계약서를 첨부하라는 추가 조치가 이뤄지겠죠. 이 시장은 우리가 반드시 도전해야 할 블루오션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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