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여비서 성추문, 채용공고엔 '90년생 이후 미혼'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17.09.27 16:01

'기혼자 불가' 채용 공고에 '여성'만… 전문가 "비서 외모 아닌 전문성 강화해야"

최근 잇따른 재계 총수들의 비서 성 추문에 '여성' '미혼'을 따지는 잘못된 비서 채용 관행을 꼬집는 의견이 제기된다. 전문성을 보지 않는 비서직 채용의 구조적 문제부터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27일 한 비서 커뮤니티(카페)에 올라온 채용 공고문을 보면 '연령 조건 23~26세' '기혼자 불가' 등의 차별적 내용이 들어있는 비서 채용공고가 하루 평균 3~4건씩 게재된다. 이들 공고문에 '여성'만 뽑는다는 문구는 없지만 직접 연락한 업체 10곳 모두 '남성'은 뽑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 파견업체 관계자는 "해당 카페에서 요구하는 양식에 따라 관행적으로 연령과 결혼 여부를 올린 것이지 (고객사로부터) 요구를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취업 준비생들이 겪은 상황은 다르다.

비서 취업을 준비하는 최모씨(23·여)는 "나이나 미혼 여부는 당연하고 어떤 곳은 키를 물어봐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같은 채용 공고라도 잡코리아와 같은 대형 채용사이트에는 들어가지 않는 외모 관련 조건이 해당 카페에 올라와 포함되는 경우도 많다. 공식적으로 밝히기 꺼리면서도 취업준비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을 통해 명확한 조건을 알리기 위한 의도가 보인다.

해당 카페는 회원 수만 약 3만6000명으로 비서직 취업준비생이나 현직 비서들의 활동이 여타 채용사이트보다 활발한 곳이다.


채용 공고만 봐도 기업들이 임원 비서를 뽑을 때 노골적으로 '젊고 미혼인 여성'만을 원하는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비서의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졌다며 고소당한 김준기 동부그룹 전 회장(73)과 비서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63) 등 사건에 이런 잘못된 비서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목소리가 크다.

올해로 9년째 비서 업무를 해온 임모씨(31·여)는 "경력이나 능력이 아닌 외적인 것으로 모집 공고를 내는 경우가 정말 빈번하다"며 "조직의 대표를 최측근에 보좌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장점에도 차별적 대우로 인한 일명 '임원 스트레스'가 크다"고 말했다.

비서직 업무를 고려할 때 채용에서 성과 연령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로 분류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채용공고에서 특별히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와 성별에 제한을 두는 것은 차별적 요소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비서 채용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기업 발전에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비서를 사무실의 장식품으로 여기는 관행이 아직도 있다"며 "대통령 비서를 외모를 보고 뽑지 않는 것처럼 전문성을 보고 업무 능력을 보는 방향으로 조직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서 한국인사노무법인 노무사는 "업무 성격상 기혼 여부가 문제가 되면 제한할 수 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외국은 비서가 전문성을 가지고 결혼 이후에도 일하는 데, 우리 기업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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