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현금은 대개 독거 노인들이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일본 도쿄도 내에서 고독사한 65세 이상 노인은 3175명으로 2004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고독사가 흔해진 일본에서는 혼자 살다가 숨진 노인들의 유품을 정리해주는 사업이 유망업종으로 부상했을 정도다. 세 들어 살던 노인의 고독사로 인한 집주인의 손실을 메워주는 ‘고독사 보험’도 등장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주 ‘경로의 날’을 맞아 발표한 고령자 통계는 일본에 드리운 ‘초고령화’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총인구가 21만 명 감소한 지난 1년 동안 65세 이상 고령자는 57만 명 증가했다. 특히 90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7.7%로 사상 최고가 됐다.
한국도 일본 못지않다. 지난달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가 넘는 고령사회가 됐다. 10년 안에 이 비중이 20%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일본 정부는 1963년부터 ‘100세 노인 표창’을 시작했는데 당시 153명에 불과하던 100세 이상 인구가 이번 통계에서 6만8000명에 육박했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를 구성했다. 교육, 고용, 사회보장 등 여러 방면에서 ‘100세 시대’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전문가회의체다.
일본 연금투자 전문가인 야마자키 슌스케가 최근 한 칼럼에서 인생을 24시간에 비유한 걸 보면 눈앞에 온 100세 시대의 변화상을 체감하게 된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가 오전 7시 반에 사회인이 되고 저녁 7시쯤 정년에 도달해 약 5시간의 노후를 보낸다고 봤다. 70년 인생 중 22세에 사회인이 돼 55세에 정년을 맞는다는 가정에서다.
이들의 자녀 세대는 약 85년의 삶에서 65세에 정년을 맞는다. 저녁 6시부터 노후가 되는 셈이다. 100세 인생의 노후는 훨씬 더 길어진다. 정년을 65세로 보면 오후 3시 반 이후, 전체 인생의 3분의 1이나 된다.
노후가 길어지는 100세 시대에 65세 은퇴란 있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65세 이상 인구의 22% 이상이 지금도 일을 한다. 그렇다고 수십 년간 같은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적자원관리 분야 권위자로 ‘인생 100년 시대 구상회의’ 일원인 린다 그래튼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100세 인생에서는 ‘교육-일-퇴직’으로 이어지는 단선적인 삶이 아닌 ‘다단계 삶’을 살아야 한다며 평생학습을 강조했다. 오후 3시 반, 우리는 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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