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봉한 영화 '더 서클(The Circle)' 얘기다. 엠마 왓슨이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동시대 모습을 담았다. 모두가 선망하는 IT기업에 다니는 20대 청년이 신기술의 발전이 몰고 올 선몽에 심취했다가 결국 사생활이 없는 삶이 가져오는 위험성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공익을 앞세워 개인들의 정보를 축적하는 IT기업의 위험성을 폭로하듯 끝이 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술은 기본적으로 중립적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손가락 몇 개 합친 정도의 '서클렌즈'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데 쓰일 수도 있지만 바닷속에 빠져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는 도구도 된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발전한다는 속성을 저버리지 않는 한 지구 상에 완전한 기술은 없다. 데이터의 속성도 기술과 비슷하다.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좋고 나쁨을 구분 짓기 어렵다. 완벽한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과 기계가 움직이는 한 데이터는 시시각각 업데이트되고 다른 모양으로 바뀔 수 있다.
영화 속 메이가 다니는 회사의 CEO는 '모든 것을 공개하면 투명하고 완벽한 세상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의 신념이 완전히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 빅데이터가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는 예는 많다. 구글은 2008년부터 사람들이 독감과 관련한 검색어를 언급하는 횟수를 활용해 '구글 독감 영향'이라는 일종의 예방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세계 1위 기업용소프트웨어(SW) 업체 SAP는 다양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해 얻는 정보를 바탕으로 구매조달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노동력을 착취한 업체의 물품은 조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술과 데이터가 제아무리 중립적이어도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까지 막을 수 없다. 탈옥범을 잡기 위해 만든 착한 솔루션이 하나뿐인 친구를 죽음으로 내몰았듯이 말이다. SAP가 IT업계 인사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빅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은 느끼는데 활용할 방법을 못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를 영원한 미운 오리 새끼 같은 존재로 만들지, 백조로 만들어 낼지는 오롯이 인간에게 달렸다. 영화 속 메이는 현실 속 내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