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26일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시나리오 분석 결과 분양 경기 둔화에 따라 부동산 신탁사의 자금 부담이 최대 2배 가량 상승”한다며 “여기에 반영되지 않은 미착공사업장과 미입주 리스크 또 추가 대손 등을 고려할 때 재무 부담은 더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부동산 신탁사들이 2013년부터 수익성이 높은 차입형 개발사업의 비중을 높여온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유동성 위기가 대두된 데 따른 것이다.
차입형 개발신탁이란 신탁사가 자금이 부족한 시행사에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고 발생한 수익을 나누는 개발 방식을 말한다. 한신평은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면서 신탁사가 공사비를 지급하고 분양 대금을 받는 사이에서 오는 유동성 문제를 제기했다.
한신평은 지난 6월 말 기준 신용 등급을 보유한 4개사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의 현재 진행 중인 사업장(247개) 현황 자료에 기반해 향후 2년간의 현금흐름 등을 추정했다.
그 결과 분양 경기의 심각한 둔화를 가정할 경우 내년 2분기까지 최대 9220억원의 자금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경우 순차입금 의존도는 30%까지 상승한다. 현 사업장 분양증가율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자금 유출액은 4142억원가량 될 것으로 추산했다.
조성근 한신평 금융평가본부 연구원은 “신탁 4사의 전체 수익에서 차입형 개발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2년 53%에서 지난해 73%까지 확대된 만큼 유동성 위험과 수익 변동성이 높아졌다"며 "현재 부동산 규제 강화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영남, 충청 등에서는 분양 경기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지방 경기가 둔화됐을 때 회사가 대응력을 얼마나 가졌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봤다.
한신평은 신탁사별 차입형 개발사업 수익 의존도 및 진행사업 규모 정도 등을 놓고 봤을 때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 변동 위험이 가장 높다고 점쳤다. 진행사업 규모가 7~10조원 정도로 자본 대비 크다는 점에서다. 한신평은 이미 지난 6월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바 있다. 하나자산신탁 역시 자본 대비 차입형 개발사업의 규모가 크나 그룹의 지원 가능성을 감안했을 때 등급 변동 가능성은 낮다고 점쳤다.
조 연구원은 "한국토지신탁은 내년 1분기까지 현금유출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분양 실적이 어떻게 되는지, 자본 대비 진행 사업 규모는 얼마인지 등을 중점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한국자산신탁 역시 내년 말까지 현금유출이 계속될 수 있고 자금부담 역시 가장 높아 리스크 관리 전략에 따라 양사의 등급이 변동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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