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정책, 타이밍과 완성도 사이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 2017.09.27 04:37
관료들은 '정책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적절한 때'에 사용하지 못하면 그 효과가 반감된다는 경험이 담겨 있다. '적절한 때'를 맞추기 위해 깜짝 정책을 내놓기도, 미리 발표 시점을 알리기도 한다.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경우 정책 발표는 예고 없이 이뤄진다. 발표 시점을 먼저 공개할 때도 있다. 정책 주목도,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관계부처 간 협업이나 준비가 많이 필요한 경우 이 방법을 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주관·관여하는 정책이 연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 내놓겠다고 한 가계부채종합대책 발표 시점이 9월 중→10월 추석 후→10월말로 옮겨진 게 그 중 하나다. 기재부가 이달 발표하기로 한 사회적경제 활성화대책도 아직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공개는 당초 8월말~9월초에서 이달 말로 밀렸다.

정책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인 줄은 안다. 그렇더라도 정책 공개 시점을 경솔하게 밝히는 대신 좀 더 숙고한 뒤 제시하는게 낫지 않았을까. 가계부채종합대책에 대해 금융권, 부동산업계, 빚 진 가계, 예비 차주 등 여러 경제주체들은 정부만 쳐다 보고 있다.

정부가 롯데코엑스점 후속사업자를 특허 만료 즈음에 바로 선정하기로 하면서 그나마 가닥이 잡혔지만 면세점 제도개선 방안 발표가 늦어지면서 면세점 업계도 혼선을 빚었다. 특허 공고도 덩달아 미뤄져 12월 사업권이 만료되는 롯데코엑스점의 영업기간 연장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까닭이다.


보다 더 정교하게 다듬거나 부처 간 이견조율을 하느라 지연되고 있는 정책들은 한편으로 숙제가 과도했던 탓이라는 생각도 든다. 새 정부 출범 이후 풀어가야 할 국정과제가 몰리다 보니 힘에 부치는 모습도 엿보인다. 현실에서 구현하기 쉽지 않은 과제도 많고 청와대나 각종 위원회 등 '시어머니'가 많아 진척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주문이 쏟아지지만 결국 책임은 경제사령탑에 있다. 김동연 부총리가 정책 내용 뿐 아니라 각각의 진행 속도와 발표 시점까지 진두지휘하지 못하면 '미스 타이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베스트 클릭

  1. 1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2. 2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3. 3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4. 4 갑자기 '쾅', 피 냄새 진동…"대리기사가 로드킬"
  5. 5 예약 환자만 1900명…"진료 안 해" 분당서울대 교수 4명 떠났다